|
컨벤션 기획회사 인터컴의 최태영(사진 왼쪽), 석재민(오른쪽) 공동 대표는 “APEC 정상회의가 국내 컨벤션 업계의 전문성과 존재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인터컴을 비롯한 여러 컨벤션 기업들이 ‘APEC 운영사’라는 타이틀 프리미엄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다자간 정상회의 중 정통 PCO가 사전회의부터 본 행사인 정상회의와 만찬까지 운영 총괄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저가 입찰제도로 가격에만 의존하던 경쟁 구도가 프로그램 기획, 행사 운영 등 기술·품질 경쟁으로 바뀌었다. 인터컴은 이번 APEC 정상회의 총괄 운영사 선정 입찰에서 사업비(272억 원)의 99%가 넘는 가격을 써내 계약을 따냈다. 가격 평가에서 벌어진 점수 차이를 탄탄한 기획력과 아이디어 제안으로 만회한 결과다. 석 대표는 “앞선 개최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루 리마를 찾아가 정상회의가 열렸던 시설들을 둘러보고 만찬, 공연 등 프로그램 장단점을 꼼꼼하게 분석했다”며 “제안서 작성에 앞서 2월엔 70여 명 전 직원을 경주로 파견해 사전 답사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제2의 잼버리 사태를 우려하는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묻자 “하루라도 빨리 정상회의가 개막하기만 손꼽아 기다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10년 G20을 시작으로 핵 안보(2012년), 한·아세안(2019년), 한·태평양 도서국(2023년), 한·아프리카(2024년) 등 8건의 다자간 정상회의 운영을 통해 쌓은 자신감이 더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대표는 총리 주재 점검회의에서 안팎의 갖은 우려와 달리 성공 개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회의 석상에서 최 대표는 인프라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스위스 다보스 포럼급 행사 2개가 동시에 가능할 정도로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의견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개막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바뀐 만찬 장소는 안정적인 행사 운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석 대표는 “만찬 전후로 열릴 예정인 회의 등 상당수 프로그램 장소와 일정을 연쇄 변경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빠른 의사 결정과 대응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예정된 일정에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 보안 등급의 빡빡하게 진행되는 최고 난도의 국제행사를 물 흐르듯 안정적으로 치러낸 비결로는 ‘디테일의 힘’을 꼽았다. 만찬 서빙부터 빈 그릇을 수거하는 퇴식 과정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스태프 한 명 한 명의 역할과 동선을 모두 사전 메뉴얼화했다는 것. 각국 정상들이 옥색 전통 한복 목도리를 두른 기념촬영 퍼포먼스는 리허설만 꼬박 사흘간 진행했다.
최 대표는 “통상·외교 등 국가적으로 최고 성과를 올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컨벤션 등 마이스(MICE) 측면에서도 업계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입증하는 기회가 됐다”며 “이를 계기로 K컨벤션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