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지노믹스, 내년 2000억대 매출 회복할까?…美 클리아랩 시너지가 ‘키’

김새미 기자I 2024.11.01 09:30:08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랩지노믹스(084650)가 내년에 역대 최대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클리아랩 4개 인수를 마친 만큼, 미국 전역에 자사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만반의 준비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클리아랩이란 미국 실험실 표준 인증인 클리아(CLIA)를 보유한 시설을 의미한다.

◇매출 회복 자신감의 근거는? “美 클리아랩 4개 인수 완료”

24일 진단업계에 따르면 랩지노믹스는 최근 미국 아이엠디(IMD) 최종 인수를 마치면서 총 4개의 클리아랩을 확보했다. IMD는 미국 새크라멘토, 오로라, 버클리에 각각 클리아랩을 운영 중이다. 즉 IMD 인수를 통해 클리아랩 3곳을 한꺼번에 확보한 셈이다.

IMD가 운영 중인 클리아랩 (자료=랩지노믹스)
랩지노믹스는 2년 만에 다수의 미국 클리아랩을 인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 올 초에는 미국 서부, 중부에 위치한 클리아랩을 하나씩 2곳을 추가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중부와 서부에 3개의 클리아랩을 갖춘 IMD를 인수하면서 초과 달성했다.

앞서 랩지노믹스는 2022년 8월 신생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루하프라이빗에쿼티주식회사(루하PE)에 1800억원 규모로 경영권이 인수된 이후 미국의 대형 클리아랩을 다수 인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이를 위해 94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랩지노믹스 미국법인(LabGenomics USA)은 지난해 7월 큐디엑스(QDx) 인수에 8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지난달 IMD 인수에 130억원을 들이면서 총 930억원을 클리아랩 인수에 사용했다. 기존 예산 내에서 클리아랩 인수를 마친 셈이다.

지난해 인수했던 QDx의 본사는 미국 동부인 뉴저지에 위치했다면 이번에는 미국 내 인구 1위인 서부의 캘리포니아주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전문 랩이 밀집해있는 중부의 콜로라도주를 거점으로 확보했다. 랩지노믹스는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 거점 랩을 기반으로 동부부터 중부, 서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물류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랩지노믹스는 IMD를 통해 미국 중부 지역 거점을 확보한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중부 지역은 헬스케어 허브로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적인 의료기관들이 밀집돼있는 지역이다. 또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미니애폴리스 등 대도시와 함께 유수한 대학과 연구기관이 존재해 고급 인력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곧 LDT 미국 수출 개시…3개사 동반 매출 성장 기대

랩지노믹스는 미국 전역에 진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랩지노믹스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자체 개발 진단검사(LDT) 제품 수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클리아랩에서 자체 개발한 LDT는 FDA 승인 없이 환자 대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8월 개발 완료한 호흡기 LDT 진단키트 ‘RPP 에센셜’(RPP Essential) 미국 수출을 개시할 계획이다. RPP 에센셜은 1번의 검사로 인플루엔자 A·B와 코로나19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호흡기 질환을 RT-PCR 방식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다.

랩지노믹스는 국내 본사에서 RPP 에센셜을 생산한 후 미국법인을 통해 QDx에 공급한 뒤 다른 클리아랩에도 해당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병리에 특화된 QDx에서 고객 대상 RPP 에센셜 검체를 수거하고, 해당 검체를 IMD에서 검사하고 결과를 보고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QDx와 IMD를 국내 진단제품의 미국 임상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한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랩지노믹스 측은 “랩지 패밀리 진단 생태계를 통해 랩지노믹스, QDx, IMD 등 3개사의 동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랩지노믹스의 향후 매출 목표. 구체적인 수치는 기재돼 있지 않다. (자료=랩지노믹스)
랩지노믹스는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2025년 매출이 퀀텀점프하며 2027년에는 국내 진단 스타 플레이어로 등극할 것이라 자신했다. 특히 내년에 역대 최대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랩지노믹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021년 2024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448억원, 2023년 731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421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내년에 바로 2000억원대 매출로 올라설지는 미지수다.

◇클리아랩 인수 효과, 현지 매출로 가시화

랩지노믹스는 엔데믹 후 코로나19 진단키트 외 매출과 미국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랩지노믹스의 올해 상반기 코로나 외 매출은 420억원으로 지난해 201억원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코로나 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7.1%에서 99.6%로 늘었다.

클리아랩 인수 효과도 미국 매출 증가로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매출은 2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0.4%을 차지했다. 해당 매출은 거의 QDx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QDx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13억원의 매출을 내는데 그쳤지만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인수했기 때문에 지난해 매출이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웠던 탓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QDx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QDx는 올 상반기 2261만원 순이익을 내며 지난해 말 153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을 이뤘다. 그럼에도 랩지노믹스는 올 상반기 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76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QDx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비용이 올해 1분기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QDx 인수로 인한 현지 고용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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