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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아두헬름이어 레켐비도 허가 거절 의견...CMO·후발 업계 영향은?

김진호 기자I 2024.08.07 09:42:36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유럽의약품청(EMA)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 치매약 ‘레켐비’의 허가 심사 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레켐비와 동종계열 후발 약물인 일라이릴리의 ‘키순라’의 시장 확대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치매 분야 항체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며 위탁생산(CMO) 수주를 준비 중인 스위스 론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최근 EMA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치매약 후보 ‘AR1001’이 개발 성공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치매 분야 항체약 후보 ‘레켐비’의 허가 신청건에 대해 부정적 결론을 밝혔다.(제공=게티이미지, 레켐비)
미국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이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2023년 7월 미국에서 정식승인된 다음, 일본(2023년 12월)과 중국(2024년 7월) 등에서 차례로 출시되며 글로벌 진출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올해 중 레켐비는 국내에서도 시판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등 기타 14개국에서도 레켐비의 허가 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미국 및 일본 등과 함께 3대 의약 시장인 EU 시장 진출을 위해 양사는 스웨덴 바이오아크틱과 손을 잡고 관련 레켐비의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26일(현지시간) EU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바이오아크틱과 에자이가 공동으로 신청한 레켐비의 허가 신청 건에 대해 부정적 결론을 내놓았다. EU CHMP 측은 “레켐비를 사용할 때 얻을 이점이 부작용 위험을 감수할 정도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양사는 “CHMP에 재검토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즉각 공표했다. 재검토 요청이 들어오면 CHMP는 60일 이내에 그 결과를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EU가 승인 거절했던 치매 분야 최초 항체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뇌부종(ARIA) 발생 확률은 40%였다. 반면 레켐비나 키순라 등 다른 항체 신약의 뇌부종 발생 확률은 10%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 3종의 약물은 모두 임상 개발과정에서 뇌부종 사망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도 관련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뇌부종 발생과 연관성이 높은 APOE4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한 다음, 환자에게 약물을 적용하는 절차가 도입됐다.

이에 에자이 측은 지난 28일 미국 필아델피아에서 열린 ‘치매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4’에서 3년간 레켐비를 사용한 그룹의 51%에서 1차 지표인 ‘임상 치매 등급 평가총합’(CDR-SB) 점수가 대조그룹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레켐비의 장기적 효능을 알려 각국에서 진행 중인 허가 작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항체 치매약의 장기적 치매 지연 효능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치매 신약 개발 분야 한 연구자는 “미국식품의약국(FDA)보다 EMA 측이 부작용 기준을 더 높게 세우고 있는 편이다”며 “항체 치매약의 장기적 효능과 그 치료방식 등에 대한 논란도 있어 EMA가 재검토하더라도 의견을 번복하진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론자·삼바·아리바이오’, 레켐비 EU 진출 여부로 희비 갈린다

EU에는 현재 500만 명 가량의 치매 환자가 있으며, 글로벌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치매 분야 항체 신약이EU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매출 전망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글로벌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인 론자는 항체 치매약의 글로벌 성장성을 높게 보고, 각 개발사와 생산 수주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바이오젠이나 일라이릴리 등과 오랜 협업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두 기업이 레켐비나 키순라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일정 생산 물량을 충당하게 될 것이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였다.

CMO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정도가 큰 시장이다. 여기서 유럽이 제외된다면 항체 치매약 CMO 수주 규모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국 특성상 현지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를 통한 공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머지 기업은 그 이외에 지역을 두고 수주경쟁이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항체 치매약의 EU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해당 지역에서 최근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아리바이오의 ‘AR1001’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 아리바이오는 EMA로부터 AR1001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AR1001은 뇌의 생체 기전 중 2개에 동시에 작용해 치매 위험을 줄이는 물질로 경구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해당 물질의 글로벌 임상 3상은 미국과 영국, EU 7개국, 한국, 중국 등 11개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빅마켓인 유럽에서 임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다중기전으로 치매를 제어해야한다는 데 학계나 업계의 의견도 모아지고 있다. 그 선도 물질이 AR1001이다. 글로벌 판매를 위해 우리 물질의 판매권 협상도 나서는 등 상용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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