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블랙베리 휴대폰을 사고 싶게 만드는 심리를 뜻하는 인터넷상 용어다.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블랙베리가 휴대폰이 아닌,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홀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블랙베리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며 따박따박 수익을 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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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블랙베리 지분(88만 6523주)을 추가 매입해 총 1.72%를 확보했다. 차량의 주요 기능과 성능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고 업데이트 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이번 투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블랙베리의 주요 주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기차를 주요 투자 테마로 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블랙베리가 급변하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만큼,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베리는 자회사인 블랙베리 QNX를 앞세워 SDV 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블랙베리 QNX는 현재 포드와 BMW,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디지털 콕핏(자동차 운전석을 생활 공간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것)과 운전자 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을 접목시킨 것) 시스템, 도메인 컨트롤러 등 차량에 필요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기계에 내장된 프로그램)를 제공하고 있다.
블랙베리의 해당 기술은 전 세계 2억 3500만대 차량뿐 아니라, 항공우주, 중장비, 의료, 철도, 로봇공학 시스템 등에 활용되면서 회사의 매출도 점차 늘고 있다. 실제 블랙베리는 지난해 4분기 1억 7300만달러(약 2393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1억 5100만달러(약 2088억원)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사물인터넷(IoT) 매출이 6600만달러(약 913억원)로 분기별 사상 최고 기록을 냈다. 사이버보안 매출 역시 9200만달러(약 1272억원)를 내며 매출 증가에 힘을 실었다.
◇ “블랙베리 변신에 베팅하는 곳 더 늘 것”
블랙베리가 자회사를 통해 SDV 산업에서 성과를 내자 글로벌 투자사들은 지분을 늘리거나 새롭게 매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자산운용사인 캡스톤인베스트먼트는 올해 5월 약 21만 5000달러(약 3억원)를 들여 블랙베리 소수지분을 품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사이버 보안 회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AI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블랙베리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캡스톤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는 약 2조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영국의 반도체 기업 ARM과 중국의 폴리실리콘 제조기업 다코뉴에너지 등이 있다.
‘블랙베리가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했다’는 평가가 쏟아진 지난해에는 블랙베리 투자사들이 지분을 소폭 늘리기도 했다. 미국 기반의 하이랜더캐피탈과 듀얼리티어드바이저, 레이몬드제임스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 4분기 블랙베리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차량에 IT 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블랙베리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가 전 세계 2억대 이상의 차량에 적용되면서 추가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투자사들의 블랙베리 투자 확대 움직임은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SDV 산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0억달러(약 37조 3356억원)에서 10년 뒤 7000억달러(967조 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AI, 딥테크 유행을 지나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투자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기반 기술로 꼽히는 SDV에 관심을 갖는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