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한 번 고비 앞둔 의료 갈등, 대화 말고 다른 해법 없다

논설 위원I 2024.04.22 05:00:00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날부터 한 달이 되는 25일 이후 의료 대란이 한층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도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다. 두 달 넘게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들이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 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며칠 내 의정 갈등에 변화가 없는 한 의료 대란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는 전국 40개 의대에 걸쳐 3000여 명에 이른다. 사직서가 중간에 보관되지 않고 대학 총장에게 전달까지 된 경우는 그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 일부라도 효력이 발생하면 대학병원 기능이 크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정신적·신체적 한계’를 이유로 대학별·과별 특성에 맞게 외래와 입원 환자 진료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진료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직서 효력 발생 이후에는 진료 축소 폭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의대생 집단 유급 현실화는 의대 교육과 장래 의사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주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섰다. 내년도 입시에 한해 증원 배정분의 50~100% 범위 안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규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사회적 협의체 성격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위원장에는 보건의료 관료 출신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전공의 단체 등을 통해 원점 재검토를 거듭 요구하며 특위 불참 입장을 내놨다.

정부의 양보와 새로운 대화창구 개설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의료계에 답답함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의대 정원에 관한 구체적 대안을 전혀 밝히지 않으면서 정부에 백기투항만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의료계가 버티기만 할 일은 아니다. 의료계 나름의 애로와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의 대화가 아닌 다른 어떤 방법으로 그런 것들을 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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