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확대 방안을 검토해온 금융당국이 최근 동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1일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함께 ‘예금자보호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최종 회의를 열었다.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금융기관별로 1인당 5000만원인 현행 예금자보호 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태스크포스가 지난해 3월 민관 합동으로 출범할 때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가 유력시되던 분위기를 돌아보면 의외의 결과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과 7월 국내 새마을금고 뱅크런을 계기로 한도 확대에 힘이 실리던 양상과도 배치된다.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한도 확대의 부작용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도 확대 시 은행에 예치된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대거 이동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도 확대로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예금보험료가 인상되면 그 대부분이 예금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우려들이 나라 경제 규모 등에 비해 크게 낮은 현재의 예금자보호 수준을 정당화할 정도로 심각한지는 의문이다. 현행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 이후 올해로 23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배로 늘어났음에도 예금자보호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한도가 훨씬 낮다. 미국은 3억 3000만원대, 중국과 일본은 9000만원대의 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의 확산으로 유사시 뱅크런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진 현재, 낮은 수준의 예금자보호는 되레 시스템 리스크 유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금리와 부동산대출 부실화 등 지금의 시장 상황에 견주어 볼 때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에 따른 득이 실보다 적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한도 확대 시 불이익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은행 등 일부의 반발을 너무 의식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가 득실계산을 보다 엄정하게 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