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남미까지 발뻗었지만…참가국들은 망할 판

방성훈 기자I 2023.09.07 00:01:00

中, 일대일로 프로젝트 10년 명암
152개국 32개 국제기구 200여건 협력
세계 인구 3분의 2, 세계 GDP 40% 규모
中에 돈 빌린 개도국들 부채 제때 못갚아
일부 소유권 잃는 등 ''新식민주의'' 비판
내달 일대일로 포럼 등 분위기 쇄신 나서, 푸틴도 참석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7일로 꼭 10주년을 맞이한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한 일대일로 사업은 10년 동안 아프리카·유럽을 거쳐 중남미까지 확장해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도 커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참여국이 재정난에 빠졌고 일부 국가는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탈퇴를 추진하는 국가도 나왔다.

새로운 추진 동력이 필요한 중국은 다음달 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적극 홍보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포럼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30여개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중앙亞·아프리카서 영향력 확대…美 ‘뒷마당’중남미까지 진출

6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152개국과 32개 국제기구가 200여건의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 강연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뒤 10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일대일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내륙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구축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에 초기엔 많은 개발도상국·신흥국이 일대일로를 환영했다. 중국이 적극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지만, 대규모 국가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당근’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이득은 국제 영향력 확대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도로·항만·철도 등 대규모 기반시설 구축 사업에 중국이 자금을 지원해주거나, 중국 기업이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기반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로를 따라 중국의 입김이 강해졌다.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눈길이 적게 닿은 아프리카다. 시 주석은 2014~2020년 아프리카를 10차례 방문했다.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ACSS)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약 20개 국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중국은 아프리카 39개국 59개 정치 단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에서 신장위구르·티베트·홍콩과 관련해 중국의 인권 탄압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한 아프리카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현재 페루·브라질·멕시코·칠레 등지의 40여개 항구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항만이 활성화하기 시작하면 양측 간 무역거래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브릭스(BRICS) 가입을 원하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국가들이 급증한 것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인된다.

일대일로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일대일로와 연계해 중국은 동아프리카 해군 기지를 비롯해 파키스탄·나미비아·케냐·아르헨티나 등지에 군사 거점을 구축했다. 중국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운영권을 넘긴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의 항구들도 군사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채무의 덫’ 걸린 개도국, 국가부도 위기 내몰려

일대일로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이다. 중국 상하이 푸단해 녹색금융개발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일대일로 누적 투자액은 9620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5%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데다, 제때 갚지 못하면 일대일로를 통해 건설한 기반시설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야 한다. 실제 스리랑카는 함반토타 항만을 99년 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중국에 공여했다.

아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기준 아프리카 전체 대외 부채 6960억달러 가운데 대중 부채가 835억달러(12%)를 차지한다. 약 90%가 공공 부채다. 이에 따라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스리랑카·에콰도르·레바논·이집트·페루·방글라데시·캄보디아·우간다 등 23개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거나 재정난에 빠졌다. 일부는 프로젝트 자산에 대한 운영·소유권마저 잃었다.

이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신(新)식민주의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개도국·신흥국들을 ‘채무의 덫’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탈퇴를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유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압박과 대만과의 반도체 협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대표 산업인 자동차 산업은 해외 반도체, 특히 대만 TSMC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중 패권다툼까지 격화하며 일대일로의 추진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FR)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수요가 꾸준히 약화하고 있다”며 이니셔티브의 쇠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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