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계약이 파기되고 새로운 우협으로 바뀌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신뢰도’에 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미래에셋·아이비네트웍스 ‘을지파이낸스센터’ MOU 해지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 우선협상대상자(우협)가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시행사 아이비네트웍스는 최근 서울 중구 오피스빌딩 ‘을지파이낸스센터(EFC)’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합의 하에 해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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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파이낸스센터는 서울 중구 수표동 56-1번지 일대 위치하며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에 해당한다. 서울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걸어서 4~6분 거리에 있다.
아이비네트웍스는 이 건물을 연면적 6만4989.63㎡, 지하 7층~지상 24층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로 개발할 예정으로 준공 전 매각(사전매각)을 추진해왔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총 8150억원 수준(3.3㎡당 4150만원) 매매금액을 제시해 우협이 됐었다. 이후 기존 계획한 ‘지하 7층’을 ‘지하 8층’으로 바꾸면서 공사비 증액 등 협의사항이 생겼고, 양측은 MOU 기간을 지난달 말까지 연장하며 본계약 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거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측은 거래가 파기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0여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아이비네트웍스에 납부했지만, 상호 합의로 MOU를 해지했기 때문에 반환받게 된다.
향후 일정 등 세부사항은 비밀유지협약(NDA)에 따라 공개하기 어려운 상태다.
◇ F&F ‘마제스타 타워1’ 인수 포기…코람코·NH투증 컨소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 ‘마제스타시티 타워1’도 매각 과정에서 우협이 바뀌었다. F&F-삼성SRA자산운용이 인수를 철회한 후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던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새로운 우협 지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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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마제스타시티 타워1은 지하 7층~지상 17층, 연면적 4만6580.49㎡ 규모 업무시설이다. 앞서 F&F는 지난 5월 말 우협으로 선정됐지만, 1개월여 후인 지난달 6일 “검토한 바 있으나 인수를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F&F가 제시했던 가격이 총 5300억원(연면적 기준 3.3㎡당 3750만원)에 이르렀는데 갑작스레 인수를 철회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F&F 측은 이 건물을 사옥으로 쓰려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매수를 철회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임차인이 퇴거해서 F&F 측이 사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이 오는 2027년 말로 실사 과정에서 확인돼서다.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이행보증금 20억원을 납부했다. 지난달 말 매도자인 이지스자산운용과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약 1개월간 실사할 예정이다.
현재 본 협상에 들어간 상태로 매매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약 5256억원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거래 종결(딜 클로징)이 목표다.
◇ 대신자산신탁 ‘골든타워’ 포기→마스턴운용 MOU 검토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골든타워’ 매각의 경우 대신자산신탁이 우협 지위를 포기한 후 마스턴투자운용에 기회가 돌아갔다.
골든타워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511에 있는 지상 21층~지하 7층, 연면적 4만480㎡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선릉역에서 걸어서 12분 걸리는 더블역세권 입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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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자산신탁 관계자는 “골든타워 매각 입찰에서 우협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회사가 입찰시 제시한 클로징 및 진행단계별 일정들보다 기간을 단축하도록 제시받아 이를 반영한 일정으로 MOU 체결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최근 경제동향을 봤을 때 제시받은 일정에 맞춰 펀딩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매매협의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자산신탁 지분 100%를 보유한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다.
이후 골든타워 인수를 위한 적격 예비인수후보(우협 후보군) 중 한 곳인 마스턴투자운용이 지난 27일 양해각서(MOU) 안을 통지받았다.
현재 마스턴투자운용은 MOU를 검토 중이다. 돌발상황이 없으면 다음주 중(오는 7~11일), 늦으면 그 다음주(14~18일) 중 우협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매매금액은 약 4700억원(3.3㎡당 3900만원 전후)이다.
◇ ADF·미래에셋도 인수 실패…“한국, 변수 많아 신뢰 하락”
최근 ADF자산운용은 제주시 노연로에 있는 ‘신라스테이 제주’ 인수에 실패했다. 지난 6월 말 우협으로 선정됐지만,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한 달 만에 딜이 무산됐다.
매도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3호를 통해 이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무산으로 펀드 만기를 연장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동화빌딩’도 매매 과정에 우협이 바뀌었다. 동화빌딩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 58-7 외 2필지 일대에 있는 도심업무지구(CBD) 소재 오피스다.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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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건물 인수를 위한 리츠의 영업인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거절됐고, 매도자 브룩필드자산운용이 MOU 위반을 주장하며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미래에셋 측 설명이다.
미래에셋은 이행보증금 2000억원 반환 문제로 작년 9월 26일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중재를 신청했다. 다만 중재 절차 결과에 불확실성이 있어서 예측이 어렵다.
이처럼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 우협 변경 등 변수가 늘어난 것은 고금리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니 매도자,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자금조달 기간 등 거래조건에 차이가 생길 경우 이를 좁히기 어려워서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GS건설의 인천 검단 아파트 전면 재시공으로 건설·부동산 업계를 둘러싼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것도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같은 사례가 많아질 경우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신뢰도’에 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 중에는 이런 국내 사례를 놓고 일본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며 “일본은 우협 선정 등 절차가 진행되면 거래종결까지 큰 변수가 없는데, 한국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