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ESG 바람이 불면서 최근 몇년 사이 건축 업계에선 지속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건축자재를 비롯한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설계부터 시공, 철거 등 기존 건축 환경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친환경 인프라를 갖출 경우 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곳을 주요 투자처로 꼽던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 분야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배경이다.
실제 지난 2021년부터 친환경 건축 인프라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VC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당시 관련 스타트업 236곳은 글로벌 VC로부터 총 18억9000만달러를 유치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살림 고민이 커진 지난해에는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규모가 줄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다시 날개를 펼치는 모습이다. 이번 상반기에만 121곳의 스타트업이 2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상반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EaaS(Energy as a Service·에너지의 서비스화로, 에너지를 구독 가능한 서비스 상품 등으로 만들어 고객에 제공하는 것) 기업 리댑티브가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린스캐피털과 캐나다연금 등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3184억원) 규모로 시리즈E 라운드 투자를 마무리지었다. 리댑티브는 고객이 저비용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더 나아가 에너지 절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 AT&T와 아이언마운틴 등의 굵직한 기업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도심 속 건물주에게 에너지 절감 장비를 임대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에너지 서비스 스타트업 ‘블록파워’도 지난 3월 볼로어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억54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블록파워는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건물주에게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유지·보수 등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리 시드 단계임에도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나왔다. 릭 폭스 전 NBA 선수가 설립한 파타나가 그 주인공이다. 파타나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먹어 치우는 일명 ‘착한 콘크리트’ 생산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지난 5월 체루빅벤처스 등으로부터 1200만달러(약 153억원)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피치북은 “글로벌 VC 투자로 친환경 건축과 관련된 인프라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VC 플레이어뿐 아니라 신규 플레이어까지 기후기술 분야를 중점 투자 분야로 보고 친환경 건축 인프라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