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류분반환청구 소멸시효 1년의 기산점
망인이 증여 또는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을 한 결과, 특정 상속인이 상속받을 재산이 자기의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고 부족이 생긴 때에는, 그 부족한 한도에서 특정 상속인은 증여 또는 유증을 받았던 자에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무한정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기간제한이 있다. 즉,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내에 행사하지 않거나,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다(민법 제1117조).
따라서, 만일 망인 사망 전 증여사실 또는 유언장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망인 사망후 1년 안에 유류분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고, 망인이 사망한 후에야 비로소 증여사실 또는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면, 이를 안 때부터 1년 안에 유류분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 유류분반환청구 소멸시효 1년 기산점 원칙의 예외
망인 사망후 증여사실 또는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 된 경우에, 증여계약서 또는 유언장을 검토해보니 무효의 의심이 드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문제된다.
예를 들어 망인이 증여 또는 유언을 할 당시에 중증 치매상태, 정신질환 등 의사무능력 상태였거나 서류를 위조했다는 이유로 증여무효소송 또는 유언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 아직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증여 또는 유언의 존재를 안 때부터 1년 안에 유류분반환청구를 해야 할까?
이 경우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은, 망인의 증여 또는 유언이 무효라고 믿었기 때문에 증여무효소송 또는 유언무효소송만 했고, 따라서 그 결과가 나올때까지 증여 또는 유언이 유효임을 전제로 하는 유류분반환청구를 하지 않았다거나 늦게 했다는 변명은 쉽게 인정되지 않고, 이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1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0다66430 판결).
다만, 무효를 주장함에 있어 일응 사실상 또는 법률상 근거가 있고 그 권리자가 위 무효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당연히 수긍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소멸시효 1년의 기산점 시작을 늦추어 준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무효소송을 한 경우에도, 그 무효주장의 근거가 막연하고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소송에도 불구하고 유류분청구의 소멸시효 기간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무효라고 믿음에 있어 객관적으로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무효소송의 결론이 나올ㅤㄸㅒㅤ지는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판례를 보면, 망인이 배우자와 자식 없이 2016.9.에 사망하여 조카들이 1순위 상속인이 되었는데, 한편 망인이 여러 조카들 중 1명(A)에게만 전재산을 주겠다는 내용의 자필유언증서가 2004년에 작성되어 있었고, 다른 조카들은 이 유언장을 모르고 2016.11.에 상속재산분할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위 소송에서 A가 2019.4.경 위 유언장을 제시하자 이에 대해 다른 조카들(B)이 2019.10.에 유언무효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유언이 유효한 것으로 2021.11.에 판결이 확정되었고, 유언장이 유효로 결론남에 따라 상속재산분할소송도 2021.11.에 기각되었으며, B 등은 2021.12.에서야 비로소 유류분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재판부는, 비록 B 등이 유언장을 처음으로 알게된 시점인 2019.4.부터 1년이 지난 후인 2021.12.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였지만, 이 사건은 B 등이 위 유언장이 무효라고 믿음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설시하면서, B 등이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된 시점이 아니라 유언무효소송의 결론이 확정된 2021.11.경을 유류분 시효기간의 기산점으로 보고 그때부터 1년이 되기 전인 2021.12.에 유류분소송을 한 것이니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3.5.18. 선고 2023나2002112 판결).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위와 같이 B 등이 위 유언장이 무효라고 믿음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들을 제시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① 유언장은 2004.8.에 작성되어 원고들은 약 15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그 존재를 알게된 점, ② 유언장의 내용이 “나의 전 재산을 모두 피고에게 상속하기로 한다.”는 것으로 그 중요성에 비추어 매우 간략한 점, ③ 망인이 조카들 중 A에게만 전재산을 유증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 ④ 이 유언장은 비닐코팅이 되어 있는데, 그렇게 보관하는 경우가 이례적이고 이로인해 필적감정 등 위조 여부를 가리기 어려워진 점, ⑤ 관련 유언장무효확인소송의 감정인 역시 “이 사건 유언장의 필적은 망인의 필적이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망인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한 점, ⑥ 망인의 위 유언내용은 망인의 사망 직전의 말과 명백히 배치되는 점, ⑦ 상속재산분할소송의 재판부도 유언무효소송의 결론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유언장이 유효함을 전제로 상속재산분할청구를 기각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고, 결국 원고들이 이 사건 유언장이 무효라고 믿은 데에는 합리적 근거 및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례에서는 일반인 입장에서 유언이 무효라고 믿을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아, 유언무효소송의 결론이 확정될때까지 유류분소송의 1년 기간이 시작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지만, 위와 같은 사례는 예외적인 사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실제 소송에서 유류분청구의 소멸시효 기간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증여무효 또는 유언무효소송을 제기 하면서, 동시에 예비적으로 증여유효 또는 유언유효를 전제로 하는 유류분소송을 같이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용일 변호사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 사법연수원 34기(사법고시 2002년 합격)
-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