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설립된 크레오스캐피털은 빠르게 성장해온 기업 600여곳에 7조원 이상을 대출해온 벤처대출 회사다. 쉽게 말해 중소·중견 기업이 운영자금 확보 등을 목표로 대출을 받기 위해 찾는 은행인 셈이다.
크레오스는 주로 핀테크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사이버 보안, 반도체, 디지털 마케팅, 인공지능(AI) 등을 다루는 기술 기업뿐 아니라 신약 개발과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다루는 헬스케어 기업에 대출을 제공해왔다.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유럽 승차공유플랫폼 ‘게트’, 해외 거주 중국인 전용 음식 배달 업체 ‘헝그리판다’ 등이 있다.
블랙록은 대체투자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록 측은 “벤처대출을 비롯한 대체투자 비즈니스는 수익 창출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크레오스 인수로 블랙록의 사모신용 투자 부문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모대출과 혼용되기도 하는 사모신용은 사모로 자금을 모아 회사채와 기업대출, 구조화 상품에 투자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사모신용펀드 유형에는 ▲직접대출 ▲부실채권 ▲메자닌 ▲특수상황펀드 등이 있는데, 통상 직접대출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블랙록의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표적으로 PGIM은 미국 사모신용 비즈니스 전문성을 갖춘 디어패스캐피털매니지먼드를 인수하며 대체투자 전략을 다양화하겠다고 선언했고, 피델리티인터내셔널도 같은 달 대체투자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고는 ‘피델리티 멀티 스트래티지 크레딧 펀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로 블랙록의 대체투자 비즈니스에서도 직접대출 부문에 특히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직접대출은 운용사가 펀드를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에 직접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투자 유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축소되면서 운용사발 직접대출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블랙록은 향후 이 부문에서 벤처대출의 영향력이 두드러질 것이라 보고 이번 인수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