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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처분목적은 ‘자금조달을 통한 재무안전성 강화’로, 해당 물량 전부를 처분한다면 한샘은 500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청약 주식 수가 공개매수 예정 주식 수량을 넘어가면 안분 비례 방식이 적용되면서 확보하는 현금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택 경기가 침체된 여파로 한샘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현금성 자산 역시 크게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비싸게 매집한 자사주를 최대주주에게 싸게 처분하는 것은 이사회의 ‘배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샘의 소액주주들은 쌓인 자사주에 대해 매각이 아닌 ‘소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샘 이사회의 자사주 처분에 대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충돌 거래로, 한샘 이사회는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있다”며 “최대주주의 인수금융 LTV(담보인정비율) 문제를 주주이익 침해로 연결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평가 해소나 펀드의 LTV 문제 해결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 상승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자사주 소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회사에 필요한 돈은 유증이나 차입 등 다른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샘은 IMM PE의 인수 직후 주가가 4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인수금융 LTV도 급등했다. IMM PE는 지난해 말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LTV를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IMM PE가 택한 방식은 공개매수였다. 공개매수 가격은 기준일 종가 대비 23% 높게 책정됐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IMM PE의 한샘 지분율은 36%까지 늘어나고 주당 매입 가격 역시 내려간다.
IMM PE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장내 매집이나 유상증자, 블록딜, 자사주를 직접 사오는 방법 등에 비해 모든 주주가 공정하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자사주 처분 방식의 결정은 이사회의 권한으로, 회사로의 자금 유입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각이 아닌 공개매수 가격으로의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IMM PE 인수 전까지 포함해 한샘이 매집해 온 자사주의 매입 단가를 계산하면 공개매수 가격인 5만5000원보다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사주 활용’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1년 9월 IMM PE는 당시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인의 지분(27.7%)을 1조 4513억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한 주당 가격은 22만1000원 수준으로, 이는 당시 주가의 2배 수준이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너무 많이 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반발도 있었다.
다만 당시에도 자사주 비율이 총 발행 주식수 대비 26.7% 규모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최대주주의 실질적인 지분율은 더 높았던 셈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다소 후하게 쳐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일부 해소가 가능하다. IMM PE로선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자사주 카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다양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섣불리 소각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자사주 취급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