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끌고 가려던 이씨와 다른 일행인 김모씨, 오모씨는 A씨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당시 만 21살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유단자들로 각종 대회 우승 경험도 있었다. 심지어 이들 중 한 명은 국가대표 선발 예선전에서 1위에 오른 경력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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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유단자 3명이 일반인 1명 무차별 폭행
태권도 유단자인 이들 남성 3명의 폭행 앞에 A씨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 등의 무차별 폭행에 A씨가 쓰러졌지만 이들은 구둣발로 A씨를 더욱 강하게 폭행했다. 무차별 폭행에 인근의 행인들도 말리지 못했다.
폭행으로 A씨가 의식을 잃자 김씨는 A씨 얼굴을 조준해 축구공 차듯이 강하게 걷어찼다. 쓰러진 A씨가 피를 흘리고 완전히 의식을 잃었지만 김씨 일당은 A씨를 그대로 방치하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 사이 시민의 신고로 A씨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폭행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현장을 벗어난 이씨 등은 인근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산 뒤 오전 3시20분께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집이 같은 방향이었던 김씨와 이씨가 함께 택시를 탔고 오씨는 별도로 탔다.
김씨와 이씨가 탄 택시 내부 블랙박스에는 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웃으며 탑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은 택시기사가 묻기 전 택시 안에서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맞는 시늉을 하면서 폭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가 “상가 안에서 니킥을 찼다”고 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김씨 일당을 찾아나섰다. 이들이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행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탑승한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희는 사람이랑 안 싸워요” 뻔뻔 거짓말
경찰은 사건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폭행 사건 용의자들을 태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택시기사는 “남자 세 명이 한 명을 폭행해서 제 택시를 타고 도망가고 있다고요?”라고 큰 소리로 물었고 그 전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김씨와 이씨는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택시기사가 경찰과의 전화를 끊기 전까지 두 사람은 아무말 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택시기사가 경찰과 전화를 끊은 후 뒷자리에 타고 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승객 두 분 싸움한 거 아니죠? 건대 앞에서 네 명이 싸운 뒤 내 택시를 타고 도망을 갔다고 지금 경찰 전화가 왔다. 그런데 맞은 사람 생명이 위독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김씨와 이씨는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 “저희는 사람이랑 안 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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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 일당은 경찰 조사에서 “폭행한 것은 맞지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비 원인 제공자 “나 아닌 다른 2명이 죽였다”
경찰도 일단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해 “무술 유단자 3명이 집단 폭행에 가담해 사망에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김씨와 오씨는 법정에서 피해자 얼굴을 조준해 찼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망의 고의가 없었던 만큼 상해치사만 인정하고 살인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클럽 내 시비의 원인 제공자였던 이씨의 경우 “상가 안에서 피해자를 폭행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이들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은 “전문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한 선수들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무참히 폭행한 후 어떠한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했거나 적극적 살해 의도는 보이지 않고 술에 취해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죄로는 비교적 가벼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씨 일행은 이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모두 1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