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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박사의 쉼터] 성공한 실패자,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법

이순용 기자I 2022.11.20 07:05:07

김미선 상담학 박사

[김미선 상담학 박사]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하는 민지 씨는 스펙도 좋고 일 처리 능력도 뛰어나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행복하지 않고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혹여 일 처리에 실수라도 할까 봐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다. 다음 주에 발표해야 할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요즘 자주 밤잠을 설친다. 혹여 놓친 부분은 없는지 세세히 검토를 반복하다 보니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더 잘하고자 하는 욕망이 수면을 방해한다. 발표 후에도 남들은 잘했다고 칭찬하는데 정작 본인
김미선 상담학 박사
은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이 부족한 면을 찾아내 자책한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민지 씨는 완벽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완벽주의자란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칭찬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하여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한없이 높은 기대로 인해 늘 만족하지 못하고 작은 실수에도 좌절하고 자신을 비난한다. 자신의 성취를 과소평가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시도조차 못 하거나 마지막까지 일을 미루기도 한다. 성공과 성취에 집착하여 일하고 있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심한 경우 죄책감마저 느낀다. 당연히 이들은 관계보다는 일 중심적이고 타인에게도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며 완벽함을 강요하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어 늘 외롭다.

그렇다면 완벽주의 성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완벽주의 경향성을 부모와의 관계에서 학습된 결과물로 본다. 즉,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거나, 작은 실수에도 종종 비난받았을 때 아이는 완벽주의 성향을 키우게 된다. 이들의 부모는 칭찬이나 인정에 인색하고 타인과의 비교에는 능하다. 아이가 좋은 성적표를 내밀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칭찬을 기대할 때, “잘했어, 그러나 더 잘 할 수 있었잖아.”라고 몰아세운다. 대회에서 2등 상을 받고 자랑하려고 달려온 아이에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1등만 기억하지, 좀 더 열심히 했으면 1등 할 수 있었잖아.”라는 날이 선 말로 최선을 다한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이러한 부모의 반복되는 비난과 채찍질에 아이는 점점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신은 결코 충분히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신념 체계에 빠져든다.

완벽주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스스로 신이 되려는 시도와 같다. 그러므로 먼저 자신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오히려 적절한 실수와 실패를 통해 우리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인격은 성숙해간다. 완벽해야만 자신이 행복해지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을 버려야 한다. 성공만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다가 소진(burn out)되기보다는 자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계 중심으로 옮겨가는 시도 역시 필요하다. 자신이 실패해도 완벽하지 못해도 지지해주는 친구나 동료가 있으면 치유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외적으로는 성공과 성취를 이루었지만, 내적으로는 늘 실패자로 살아가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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