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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부터 69년 동안 한반도는 정전의 상태에 돌입했다. `평화`보다는 `일시중지`를 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쪽 모두 한 쪽을 굴복시킬 힘이 모자랐고 전쟁의 피해도 갈수록 커졌다. 한국전쟁 정전은 이날 오후 22시부터 효력을 발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과 북 모두 `정전` 대신 `종전`을 가늠해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국제적 분위기가 급변함에 따라 남북 간 전쟁을 멈추고만 있는 상황은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7월27일을 보는 남북의 시선은 매우 상이하다. 북한은 이날 전쟁을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한다.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전승절)로 부르면서 국가기념일로도 지정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는 행렬이 이어진다.
반면 우리에게 7월27일은 큰 의미의 기념일은 아니다. 정전 60주년인 지난 2013년부터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정해 국가보훈처가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유엔 참전국 대사 및 참전용사 후손 초청 행사를 기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대신 남한은 6월25일에 비중을 둔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전쟁을 기억해 민족 살육의 역사적 책임을 북한에게 돌리는 것이다. 북한이 이기지도 못한 전쟁을 이겼다고 외치는 것과 온도차가 심하다.
우리 입장에서 7월27일 협정은 아쉬운 대목이 있다. 협정의 주체로서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정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유엔과 북한, 중국만이 주체로 참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을 갱신할 평화협정 체결 주체가 북한과 유엔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