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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로 브라질이 꼽힌다. 브라질은 전체 수출 중 농업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세계적인 농작물 생산국이다. 글로벌 오렌지 주스 수출의 약 80%, 설탕 수출의 절반, 커피 수출의 3분의 1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최대 대두(콩) 생산국이다. 옥수수도 3분의 1을 생산한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대폭 줄었다.
세계 밀 생산량의 17.6%를 담당하는 유럽연합(EU)은 폭염·가뭄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올해 연질밀 생산량 전망을 당초 전망보다 약 500만톤 줄였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인도 역시 폭염으로 작황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지난 5월 중순엔 밀 수출까지 금지했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장마와 홍수가, 서부와 남부 지역에선 가뭄이 발생해 옥수수 등 각종 곡물 작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프랑스에선 와인용 포도 수확량이 195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엔 와인용 포도를 생산하는 남서부 지역에 산불까지 번져 상황이 악화했다. 프랑스는 세계 4위 밀 수출국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류난까지 겹쳐 국제 식료품 가격은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 가격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2020년 중반 이후 지금까지 70% 이상 급등했다.
세계 각국은 더 비싸게 식료품을 수입하게 됐고, 이는 전 세계 가정의 밥상 물가를 동반 상승시키고 있다. 당장 먹거나 마시는데 쓸 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실제 지난 5월 미 소비자 1000명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 우려 사항들을 1(전혀 걱정하지 않음)부터 7(매우 걱정함)까지 표시해달라고 주문한 결과, 식료품 가격 인상이 5.3로 가장 높았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노무라증권의 소날 바르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일 CNBC에 식료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올 하반기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 등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한 기후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 부족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에선 기후변화로 향후 30년 동안 농작물 수확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구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옥수수 수확량이 7.4% 감소한다거나, 2030년까지 세계 옥수수 수확량이 24% 감소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도 있다.
미 워싱턴 주립대학(WSU)의 연구에선 인류가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면 20세기 중후반 이후엔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고, 인류와 농작물의 노출 빈도 역시 9배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은행(WB)은 “기후변화를 억제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동안 최대 1억 3000만명의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