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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 특례상장은 상장주관사의 추천에 중점을 두는 제도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이 바이오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2017년 만들어졌다. 성장성특례상장과 기술특례상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관에서의 기술성평가 통과 여부다.
기술특례상장은 거래소가 인증한 전문 평가기관 중 2곳을 임의로 지정받아 기술성평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성장성특례상장은 원칙상 기술성평가 심사조차 필요 없다. 성장성 특례상장 준비 기업들은 전문기관의 높은 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하기도 한다. 이들의 기술성평가는 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과 엄연히 다르다. 자체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기 수월한 평가기관을 선택해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바이오의 성장성 특례상장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바이오회사들이 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성장성 특례상장을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데일리 취재 결과 바이오의 성장성 특례상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 4건, 2020년 6건, 2021년 2건이다. 올해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선바이오 이외에는 아직 없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오라고 해서 성장성 특례상장 심사가 더 깐깐해지거나 바뀐 건 전혀 없다”며 “성장성 특례상장 트랙으로 갖고 왔던 회사를 거래소에서 평가할 때 함량 미달된 곳이 많았을 수는 있다. 그러다 보니 IPO 담당자들 입장에서 이 트랙을 도전하는 게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거래소 심사를 시작할 때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술성평가를 업체가 자체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건 있다”고 덧붙였다.
선바이오가 성장성 특례상장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체 기술을 통해 발생하는 꾸준한 매출이 꼽힌다. 2021년 매출 54억5800만원, 영업이익 16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9억6400만원, 33억7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코스닥 입성 이후 이익이 단 한 번도 나지 않는 대부분 특례 상장 회사와 대조적이다.
선바이오는 ‘PEG(페그) 유도체’ 제조 플랫폼이 핵심 기술이다. PEG 유도체는 의약품과 결합해 약효를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PEG 유도체가 들어가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mRNA 백신이다. mRNA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를 약물전달체로 사용하며, LNP를 더 안정된 상태로 만들기 위해 PEG 유도체가 들어간다. 선바이오는 지난해 화이자 원료 공급사 독일 에보닉(Evonik Industries AG)에 PEG 유도체를 제조해 직수출했다. 에보닉은 독일 2위의 종합화학회사다.
선바이오가 인도 ‘인타스’에 라이선스 아웃한 호구감소증치료제 바이오시밀러 PEG-filgrastim(페그필그라스팀)은 캐나다와 유럽, 호주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선바이오는 인타스에 PEG 유도체 원료를 공급하고, 페그필그라스팀판매 수익에 따라 5%가량의 로열티를 받는다. 호중구감소증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5조원으로 추정되며, 미국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인타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자체 개발한 구강건조증치료제 뮤코펙(MucoPEG)은 의료기기로 이미 FDA 승인을 받았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기술수출을 위해 미국 비교 임상 중이며, 오는 9~10월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선바이오 관계자는 “화이자 mRNA 원료 공급사와 신규 공급계약, 인도 바이오회사에 기술수출한 바이오시밀러 기술료가 늘어나면서 실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mRNA 백신에 들어갈 새로운 제형인 PEG LNP도 만들고 있다. 지금 테스트 중이며, 개발에 성공하면 모더나에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시기는 주관사와 협의를 해봐야 정확히 나오겠지만, 오래 미룰 생각은 없다. 1~2개월 내에는 할 생각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