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AI 신약개발사는 주로 ‘후보물질 발굴 분야’에 집중한다. 임상 전 약물 발굴 시간을 줄이는 데 AI가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AI를 신약개발에 적용하는 국내 스타트업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정보 수집과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개발 초기 단계 역할을 수행하는 AI 신약개발사가 대부분이다. 보고서에서 연구원은 “국내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생물정보학 및 IT 기술 기반의 새로운 후보물질 발굴 또는 정보 수집 및 통합 모델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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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젠 역시 AI를 활용해 무엇보다 신약후보물질 발굴 분야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디어젠은 아미노산 서열정보를 통한 약물 예측을 통해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결론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는 데 강점이 있다고 판단한다. 향후 비즈니스에 자신이 있는 이유다.
배영철 디어젠 CBO는 “AI 신약 개발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해 마일스톤을 많이 받을까’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세계에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혁신신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단백질 구조가 밝혀진 것들로는 대부분 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혁신신약은 아직 단백질 구조가 밝혀지지 않은 것들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에서) 타깃 단백질 구조 기반으로 하는 AI 신약개발사보다 유리하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물론 자금력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토대로 단백질 구조 예측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배 CBO는 “서열 정보로 단백질 구조를 만들었다 해도, 그게 또 약물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려면 돈과 시간이 배로 들어간다. 그럴 바에 아미노산 서열로 유망한 후보 약물을 예측해주는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낫다”며 “현재 유럽계 글로벌 톱 3에 드는 다국적제약사와 이미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하나의 AI 신약 개발사와만 협력하지 않는다. 때마다 기업들이 필요한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손을 잡는다. 그런 점에서 같은 방식으로 약물을 발굴하지 않는 우리가 유리하다 보는 것”이라며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외에 디어젠은 해외에서 영국 기반 연구기관 한 곳과 병원 협력 세 곳 등 5개 협력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네오젠TC과 SK케미칼을 비롯해 약 12개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 병원과 협력하고 있다.
디어젠은 미국 조지아주에 현지 법인을 갖고 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긴밀한 협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에 법인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수준의 다국적제약사, 바이오벤처, 병원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자산을 구축하고, 기술을 좀 더 빠르게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디어젠의 매출은 2020년 기준 1억3700만원 정도. 다만 플랫폼 기술의 중·장기적 비즈니스 구축 면에서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디어젠은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매, 암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 공동 및 자체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인데, 각 기업의 수요에 맞는 기술 자체를 판매하는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은 구축 초기 단계로 현재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 중인 업무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된다.
배 CBO는 “넷플릭스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과 같다. 프로그램 하나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넷플릭스라는 큰 플랫폼(기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AI 신약 개발 업체는 주로 공동연구 계약에 따른 계약금(업프론트), 마일스톤, 로열티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이외의 중·장기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이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디어젠은 미충족 수요가 있는 시장으로의 플랫폼 확장을 진행 중이라 밝혔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클라우드 업체와 암 재발률을 예측하는 플랫폼 관련 연구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5년간 연구한 국가암정복과제를 통해, 특정 데이터를 넣으면 폐암 환자가 3년 안에 재발할 확률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지난해 12월 완성했다. 모든 질병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성이 크다고 보고, 국내 대표 클라우드 업체와 연구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