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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행정부 인플레=공급 병목으로 생각, 이해 안 돼”
14일 기준 대표적인 위험자산 중 하나인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 이노베이션(ARKK)은 지난 한 달간 19.5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하락률2.78%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규모 확대와 조기 기준금리 인상을 진행할 거란 예상이 나오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축소된 탓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 기준 내년 3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31.1%로, 5월엔 50%가 반영돼 있다.
증시에서는 내년 초쯤 공급 병목 현상이 풀리며,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지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미국채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BEI)는 지난 11월 중순 약 3%에 육박했다가 이후 하락해 최근 2.5%대 밑으로 내려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6.8% 올라,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당일 2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 마감했다. 최고치지만 시장에 부합한 수준으로 ‘이 정도면 기준금리 인상 강도를 올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녹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인플레 파이터’로 변모한 연준이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강도 높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전반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연준의 정책 실패로 물가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높다.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미국 집값 상승을 언급하며 “행정부가 인플레이션을 공급 병목에 따른 것으로만 보고 완화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공급망 병목은 여전하고 원자재 가격도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에서는 미국 항만 적체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필요한 장비가 부족해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영국 천연가스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9.58% 상승해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10월 초 수준에 도달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00년 만의 팬데믹으로 인해 단단하게 맞물려 있던 공급망 톱니바퀴에 균열이 왔고 이는 미중, 미러 대립구도 속 자원 무기화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다”며 “내년 공급발 인플레의 상당 부분이 고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단 입장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헷지하는 것이 향후 투자전략 수립에 있어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인상분 전가할 ‘브랜드 파워’”
인플레 헷지 주식으로는 매출이 늘고 매출총이익률(GPM)을 올릴 여력이 있는 기업이 꼽힌다. 마진이 위축되지만 판매량이 늘며 매출 규모를 확대하거나 원재료비 상승분을 판매가에 이전시켜 이익률과 매출을 모두 확대할 수 있는 기업이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말 이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펄어비스(263750), 크래프톤(259960), 천보(278280), KH바텍(060720), 일진머티리얼즈(020150) 등을 꼽았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중 매출총이익률이 내년에 상승하고 매출 추정치 또한 내년 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곳이다.
이밖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원자재 관련 상품(Commodity)을 직접 매수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다만 상품은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과 주로 선물로 거래되기 때문에 롤오버(선물 만기 연장) 비용이 든다는 게 단점으로 거론된다. 이에 역시 비용 전가력이 있는 기업을 고르거나, 아직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않은 기업을 선별하는 전략이 추천된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음식료 업종 투자는 우선 농작물 ETF를 사는 방법이 있는데, 상품 특성상 높은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른 방법은 강력한 소비자 브랜드를 가진 종합식품업체를 고르는 방안이 있는데,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에 적극적으로 전가시킬 역량이 되면서도 B2B(기업간 거래)과는 다르게 한 번 인상된 가격은 곡물 가격이 내려도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시도하지 않은 기업을 추리는 게 있는데, 브랜드 파워가 약해도 언젠간 가격 인상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