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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 회사채 지원하라 했더니"…설립취지 잊은 S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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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1.08.12 00:01:00

SPV 매입 회사채 3.4조 중 31.4% ''AA급 이상 우량채''
작년 우량회사채 비중 21.9%→올해 57.3%로 껑충
산은 "리스크 최소화 위해 우량채 적정 매입비중은 불가피"
"우량채 위한 채안펀드도 있어…취지에 맞는 지원 집중해야"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SPV)가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2020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SPV가 매입한 회사채 총 3조3781억원 중 AA급 이상 우량채는 1조600억원(31.4%)으로 나타났다. 당초 우량채를 30%까지만 담고 비우량채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와 다른 셈이다.

지난해 5월 정부는 한국은행, 산업은행과 함께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CP, 단기사채 매입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SPV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목적은 ‘비우량채 발행 여건을 개선하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를 축소해 자금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금융권과 함께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는 민간기관의 조달로 이뤄진 만큼, 우량등급 회사채 매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SPV는 비우량 시장에 집중해 ‘투트랙’으로 자금조달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채안펀드 매입대상은 회사채 AA-, CP 및 금융채 A1 이상이다. 다만 지난해 4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A+로 하향조정된 회사채와 A+ 등급의 여전채도 포함하기로 했다. 반면 SPV의 매입대상은 회사채 AA~BB등급, CP·단기채의 경우 A1~A3등급이며, 투기등급(BB 이하)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일시적인 강등을 맞은 기업까지 포함한다.

그런데 국회 예정처의 조사에 따르면 SPV는 취지와 달리 AA급 이상 회사채를 담고 있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매입한 9070억원의 회사채 중 AA이상의 우량채는 5200억원으로 57.3%에 달한다. A급 이하는 3870억원 수준으로 42.7%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만 해도 총 매입금 2조4711억원 중 78.1%가 A등급 이하, 21.9%가 AA등급이었지만 올들어 AA등급 우량채 매입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물론 SPV를 운용하는 산업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위해 등급별 적정 매입 비중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PV 내 우량등급 비중이 31.4%로 한도인 30%를 넘어선 것은 과도하다는 게 국회 예정처의 지적이다.

게다가 AA급 이상의 우량채 시장은 안정화돼 있다. 실제 우량채 위주로 매입하는 채안펀드의 경우, 20조원으로 구성됐지만 올 5월 말 기준 집행실적은 2조4350억원(12.2%)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화된 상태이기도 하다.

심지어 채안펀드와 SPV가 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에 동시에 나선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S-OIL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채안펀드는 600억원, SPV는 700억원을 매입했는데, 당시 수요예측에 채안펀드와 SVP가 써 낸 금리는 민평금리(민평 3개사 회사채 평균금리)+5bp(1bp=0.01%포인트)로 같았다.

예정처는 “SPV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우량채 매입 비중을 축소하고 비우량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당초 설립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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