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관가가 개각설로 술렁이고 있다. 이번 개각설의 키워드는 ‘홍남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권 도전을 위해 총리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개각이 총리 교체로 끝날지 경제팀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까지 이어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홍 부총리가 교체되면 다른 경제부처까지 연쇄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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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세균(71) 국무총리는 4·7 재보선 이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금 사퇴해도 오는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까지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며 정 총리가 4월 중 사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질문을 받자 “대통령께 먼저 말씀을 드리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순리”라며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면서 사퇴를 시사했다.
총리 후보로는 김부겸(63)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주(71) 전 무역협회장, 유은혜(59)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영란(65)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은 국회의원 4선 중진·행안부 장관 출신으로 안정적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고, TK 출신으로 호남 출신인 전임 총리들(이낙연·정세균)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전 회장은 재경부 차관보, 참여정부 경제수석·국무조정실장·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해 국정 이해도가 높다. 유 부총리와 김 전 위원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총리 후보군으로 꼽힌다.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세우면서 ‘홍기만성(洪器晩成)’으로 불리는 홍남기 부총리가 차기 총리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두고 여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마찰을 빚으면서 사퇴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홍 부총리는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내에서 홍 부총리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성실함을 가장 큰 강점으로 본다. 문정부의 든든한 방패로 ‘욕받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성장률을 OECD 1위로 전망하는 등 경제정책 성적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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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로 올라서든, 역할을 다하고 사퇴하든 홍남기(61·행시 29회) 부총리 교체는 대대적인 경제팀 개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홍 부총리 교체와 맞물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넘은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장관, 금융위원장도 바뀔 수 있다.
LH 사태로 사임을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경제부처만 총 6곳이다. 후임 경제부총리로는 고형권(57·행시 30회) 주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구윤철(56·행시 32회) 국무조정실장, 노형욱(59·행시 30회) 전 국무조정실장, 은성수(60·행시 27회)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4·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부산 모두 지면, 전면적인 개각 카드가 나올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국정 마무리를 하려는 청와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 부딪혔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교체하려는 여당이 적절하게 국무총리·경제부총리 타협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부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 대사, 노 전 실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와 홍 부총리처럼 EPB(경제기획원) 출신이다. 구 실장도 EPB 출신이다. 구 실장은 김 전 부총리, 홍 부총리처럼 국조실 근무를 통해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구 실장은 참여정부 마지막 국정상황실장을 맡는 등 ‘마무리 투수’ 경험도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홍 부총리, 청와대 이호승(56·행시 32회) 정책실장·안일환(60·행시 32회) 경제수석보다 공직 선배로서 중량감이 있고 금융시장에 해박하다는 게 강점이다.
장관 인사에 따라 1급 인사 시점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억원(54·35회)·안도걸(56·행시 33회) 신임 기재부 1·2 차관과 각각 손발을 맞출 세제실장, 예산실장은 각각 김태주 조세총괄정책관(행시 35회),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행시 34회)이 유력하다.
이형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인사로 공석이 된 기재부 차관보는 한훈 경제예산심의관(행시 35회), 임기근 정책조정국장(행시 36회)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처럼 정권 말기에는 인사 타이밍을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각설이 돌고 있는데 인사가 늦어질수록 공무원들은 청와대 입만 바라본다”며 “정권 말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타파하려면 적재적소 인사를 통해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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