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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충돌]"꼬리표 없이 재정 지원하고 지방교부세율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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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19.05.28 06:14:00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인터뷰
"중앙정부 사업에 지방 재정 취약해져"
"교부세율 높이고·포괄보조금제 도입해야"
"재정분권 부작용, 獨·佛 사례로 보완해야"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출) 꼬리표가 붙지 않는 포괄보조금제도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 재정분권에 따른 지역 불균형과 지역간 경쟁을 보완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 사례를 도입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58)은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방 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중앙 정부가 독식하고 있는 세원을 지방 정부에 넘겨주고 지방 정부도 독자적인 세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고보조사업으로 지방재정 열악…“지방교부세 인상·포괄보조금 도입해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지방 분권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나름의 지역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던 지방자치단체들의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부터 아동수당, 버스 준공영제까지 국고보조금 사업이 늘어나면서 지역사업에 쓰여야할 지방재정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국고보조금 사업은 공동자금출자로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예산을 내려주면 지자체도 50~70% 수준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사회복지사업 같은 경우는 규모가 커 지방 재정 부담이 상당한데 기초연금·무상교육 등 복지 사업은 대부분 중앙에서 정책의 수준이나 내용까지 결정돼서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 지역과 도시, 어촌 등 지역에 맞는 복지 수요는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늘 천편일률적인 사업 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방교부세를 인상하고 포괄보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괄보조금 제도는 중앙 정부가 각 세부사업과 예산 규모를 정한 뒤 이른바 ‘꼬리표 붙은 예산’을 내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포괄적인 재정 지원을 받고 세부 사업을 직접 기획하는 제도를 뜻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 보육사업의 경우 영유아 보육료, 어린이집 지원, 종사자 보수교육 등 개별 사업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묶어 포괄사업으로 보조금을 주고 세부계획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방교부세의 경우 중앙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꼭 써야 한다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높다”며 “2006년 내국세의 19.24%로 결정된 이후 10년 이상 동결된 상태인데 2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괄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면 지금처럼 시급하지도 않고 지역 성격과도 맞지 않는 복지사업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 재정에 대한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국가와 지자체 간 사회복지 사무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도 나왔다. 정 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 누리과정 논란 같이 국가 사무임에도 지방 재정을 투입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행정주체 간 사무권한과 기능에 대해 명료하게 규정하지 못하는 실정법상의 한계 때문”이라며 “생계급여, 기초수당 같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에서 보장하고 그 외에는 지방정부의 실정에 맞게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분권 따른 지역불균형·지역경쟁…“독일과 프랑스 사례로 극복가능”

일각에선 재정 분권이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잘 사는 동네의 세원과 상대적으로 못 사는 동네의 세원 차이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른다는 것이다. 정 회장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이해한다며 독일의 지방재정조정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제도는 연방제 국가인 독일이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한시적으로 전체 조세수입의 약 70% 가량을 공동세로 걷어 해마다 경제 상황과 주정부·지방정부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해 배분하는 제도다.

재정 분권이 지자체의 마구잡이식 개발사업 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선으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이 전시성·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프랑스의 계획 계약제도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계획계약 제도는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협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지자체의 과도한 유치경쟁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직접 짠 사업계획이 담긴 입찰 제안서를 받아 가장 현실성 있는 제안을 선정 한다”며 “중앙정부의 탑다운 방식의 투자가 아닌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 입찰을 받기 때문에 지방 정부의 예산 부담을 줄고 역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결국 지방에 권한과 재정을 이양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중앙과 지방의 재정 8대2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며 “이번 정부는 6대4까지 균형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 분권과 관련된 법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지방 분권을 추진할 거라고 말하면서 실제론 관심이 없는 수준”이라며 “지방 분권은 시대의 요구인 만큼 정부와 국회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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