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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쉼 없이 풍파를 헤쳐 온 한해인 만큼 연말연초는 특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사실 해맞이 명소들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리도 멀어 스트레스 받고 돌아오기 일쑤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매일 반복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한 해의 시작은 늘 각별하다. 떠오르는 새해를 보며 희망을 비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비록 그곳이 멀고, 복잡해도 말이다.
◇대야도 해맞이 보며 인생을 깨우치다
태안 안면읍 대야리 대야도 마을은 유 작가가 추천하는 해맞이 여행지다. ‘해 뜨는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천수만 쪽에서 붉은 햇덩이가 불끈 솟아오를 때면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홍성군과 보령시 쪽의 야산 위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썰물로 드러난 개펄이 온통 황금빛으로 빛날 때면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한없이 작아진다. 천상병(1940~1993) 시인의 고택이 이곳에 있다. 지난 2004년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서 안면도로 옮겨왔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로 시작하는 시 ‘귀천’을 읽다보면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다.
◇천하명당 호미곶 해맞이
호미곶이 일출명소로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바로 조형물 하나가 세간에 알려지면서다. 2000년 호미곶에 세워진 ‘상생의 손’이 그 주인공이다. 하늘로 뻗친 거대한 손이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한 형상이다. 육중한 청동 덩어리는 해맞이가 펼쳐질 때 진가를 발휘한다. 수평선을 박차고 오른 해가 손아귀에 들어갔다가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다. 태양을 거머쥔 손의 이미지는 그 어떤 해맞이보다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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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운 흠뻑 머금은 도리포 해맞이
무안의 도리포는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해제반도에서도 일출 포인트로 알려진 곳이다. 물론 해넘이도 볼만하다. 도리포의 해는 겨울엔 함평군 쪽의 바다에서, 여름엔 영광군 쪽의 산에서 솟아난다. 포구 끝에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팔각정이 일출 포인트다. 붉은 카페트가 깔린 듯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어선들과 어우러진 일출이 장관이다. 무안은 미식거리도 풍부해 도리포 숭어회, 뻘낙지, 양파김치 등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도리포 맨 끝에 나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바위섬인 ‘항상바위’의 사철나무도 잊지 말아야한다. 바위 정상에서 수백년 파도와 바람을 이기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다. 이맘때가 되면 의미가 더 깊어지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