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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지난 10월,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 축구 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북한 선수들의 여정을 카메라로 리얼하게 담아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73명의 선수 중에는 21명의 ‘425 유소년 여자 축구팀’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06년 세계 청소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후 세계 최강 여자 축구팀 중 하나로 꼽히는 북한의 가장 실력 있는 선수들이라 미래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자리. 그래서인지 북한 선수들의 범상치 않은 첫인상에 긴장감 또한 팽팽했다.
‘축구 율동체조’라며 자로 잰 듯한 칼군무로 몸을 풀고 궂은 날씨에도 고강도의 체력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일 없습네다”라고 당차게 대답하던 북한 선수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깔깔거리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한국의 여느 평범한 소녀와 다를 것 없는 천진난만한 사춘기 소녀들이다. 남북 소녀 선수들의 다르지 않은 일상의 모습, 그리고 서로 경계하던 남북 선수들의 우정을 쌓는 과정이 다큐의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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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장에서 한국 소녀들이 수군대더니 북측의 한 소년을 가리킨다. 바로 최성진. 북측 ‘425 축구단’ 남자 선수다. 조금 있으니 용기를 낸 한국 소녀들이 그에게 우르르 몰려 인증샷을 청한다. 15살 소년은 얼굴이 금세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만찬장의 남북 선수단 관계자와 참석한 손님들 모두 박장대소하거나 미소만 지을 뿐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축구 실력으로만 따지면 북측 11번 리일송 선수가 으뜸인데 왜 최성진 선수가 만찬장의 스타가 되었을까? 한국 소녀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성용 닮은 듯 잘생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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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선수단의 친선경기 후 하나은행팀 골키퍼 김경희(16) 선수는 흔히 유니폼을 교환하듯 북측 골키퍼와 장갑을 교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남과 북이 만나기 전, 그 어느 것도 서로 물건을 교환해서는 안 된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측 선수단이 묵고 있는 숙소에는 80여 명의 국정원 직원도 파견돼 있던 중이다.
경기가 열리던 가을날의 단풍잎처럼 진한 우정의 징표를 나누고 싶은 소녀의 작은 소망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SBS 특집다큐 ‘경계를 넘다-소녀들의 가을’ 편은 23일 오후 3시50분부터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