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참사' 유족들 "인력·장비 부족해 구조 못했다니 참담..낡은 메뉴얼 고쳐야"(...

권오석 기자I 2017.12.24 05:00:00

2층 여탕 그을음뿐 벽면 및 천장 아무 흔적 없어 증언
현장감식 동행 후 기자회견서 밝혀
"유리창 깼으면 구조 가능했을 것" 주장
"케케묵은 메뉴얼 뜯어고치고 인력·장비 더 늘려야"

23일 국립과학수사원구원과 경찰 화재전문감식관 등으로 구성한 합동감식반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마친 가운데 희생자 유족 대표 류건덕 씨와 유족들이 제천체육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천=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2층은 벽과 천장은 아무 흔적도 없이 깨끗했습니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사망자들의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현장감식을 참관한 후 연 기자회견에서 20명의 사망자가 나온 2층 목욕탕에선 정작 불에 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2층 유리창을 화재진압 초기에 깨고 구조작업을 벌였으면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번 참사를 기회로 낡은 메뉴얼을 뜯어고치고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개선해 이같은 참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29명의 희생자 중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건물 2층(여자 목욕탕)에 대해, 당시 유가족들이 진화 현장에서 수차례 소방관들에 ‘유리창을 깨고 구조를 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장애물이 많았고 초기에 대응 가능한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다”고 해명해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2층 창문을 깨고 구조 작업을 했다면 가족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층 바닥에는 까맣게 그을음이 내려앉은 상황이긴 했으나 벽면과 천장은 불에 녹은 흔적이 없었다”며 “반면 사망자가 나오진 않은 3층 남자 목욕탕은 새카맣게 불탄 흔적이 있었고 천장도 다 내려앉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감식현장을 직접 참관한 유족 대표 류건덕 씨는 기자회견 도중 “내 아내도 거기 있었을 것”이라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들은 ‘백드래프트’(backdraft)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소방당국은 2층 여자 목욕탕 진입이 늦어진 데 대해 차단된 공간에 산소가 주입될 시 작은 불씨도 커지는 현상인 백드래프트를 이유로 든 바 있다.

유가족들은 “2층 유리를 깨도 탕 안으로 들어가 있으면 불길이 물 위로 지나가지 탕 안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순하게 생각해, 숨을 참고 물속에 있게 했으면 되지 않았나”고 말했다.

아울러 사고 당시 비상구가 열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비상구 문을 봤을 때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간 것으로 보여 소방관이 진입하기 위해 문을 딴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라며 “사공 당시에는 안에 있던 피해자들이 비상구를 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족들은 침투조가 조금만 빨리 화재현장에 진입했으면 아까운 목숨을 여럿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케케묵은 메뉴얼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소방이 골든타임 놓친 것을 인정한다. 소방도 뒤쪽에서 진입했으면 됐는데 인력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며 “굴절차가 수압을 못견디고 물이 새고 터지는 게 정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23일을 시작으로 24일에 20명, 25일에는 4명, 26일에 4명의 발인이 엄수될 예정이다.

처참한 모습 간직한 제천 화재현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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