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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 걸은 만큼 땅을 가지라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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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I 2017.07.12 00:15:00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 원작|마르탱 베롱 글·그림|144쪽|북스힐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1000루블만 내면 당신이 하루 동안 걸어 다닌 땅을 전부 가져갈 수 있소. 다만 해가 지기 전에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오지 못하면 돈과 땅 모두 잃게 되오.”

19세기 제정러시아시대. 바시키르마을로 땅을 구하러 떠난 농부 바흠이 촌장의 제안에 혹한 건 당연하다. 1000루블은 현재 환율로 2만원 정도.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동이 트자마자 바흠은 광활한 초원을 걷고 뛰기 시작한다. 심장이 조여왔지만 남은 땅이 아까워 멈추지도 못한다. “미친 듯이 달리자. 순간의 고통을 참으면 부자 인생이 기다린다!”

가난한 소작농이 가진 땅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는 욕망에 굴복한 비극. 톨스토이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 한 꼭지다. 유명한 이 이야기를 프랑스만화가 마르탱 베롱(67)이 꿈틀대는 그림에 사실적인 대화를 얹어 다시 만들어냈다. 베롱은 세계적 명성의 앙굴렘국제만화제서 두 차례(2001·2017) 수상한 작가. 그의 손끝에서 톨스토이 원작은 시대고증을 반영한 특별한 독립작품이 됐다.

톨스토이가 단편을 쓴 목적은 분명하다. 교육수준이 낮은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서다. 이제 와 베롱이 다시 복원한 목적은? 교육수준도 높은 대중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다. 어디 하루 동안 한 번 걸어볼 테냐고.

과연 바흠은 땅을 얼마나 차지했을까. “길이 2m, 폭과 깊이 1.5m. 인간에게 필요한 땅은 이 정도라네.” 촌장의 멘트가 흐르는 마지막 장면이 강렬하다. 만화라고 그냥 밀쳐둘 건 아니다. 어떤 장르가 이만큼의 영상미를 갖출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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