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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치고 공부하는 '카공족'…카페는 죽을 맛

전상희 기자I 2016.05.01 06:51:21

대학가 카페 주인들 카페를 공부방 삼는 '카공족'에 골머리
차단 위해 콘센트 없애고 와이파이 끊고 인테리어 교체도
카공족 유치로 심야시간 손님 유치 등 틈새시장 공략도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이 줄지어 앉아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전상희 기자.
[글·사진=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아오긴 했는데 음료 한 잔 시키고 몇 시간씩 있거나 여러 명이 와서 메뉴 한 가지를 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학원 밀집 지역인 서울 관악구에서 좌석 5~6개 규모의 소규모 카페를 운영해 온 A씨는 올해 초 결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카페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시험 때만 되면 대학가 카페들은 ‘카공족(族)’(카페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카페 입장에서 하루종일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카공족’이 달가울 리 없지만 매몰차게 내치기도 어렵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카공족 퇴치를 위해 노트북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 수를 줄이거나 책을 놓고 공부하기 어렵게 테이블을 작고 낮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공부는 카페에서’ 37%로 1위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는 도서관이나 고시원에 비해 자유롭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가 회원 570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하기 좋은 장소를 조사한 결과, ‘카페’라는 응답이 3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도서관(17%)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카페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자유롭고 정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란 대답이 21%로 가장 많았고 ‘음료·간단한 간식을 해결하며 취업준비를 할 수 있어서’(20%), ‘비교적 저렴하게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17%), ‘노트북·핸드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용이해서(충전편리)’(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 커뮤니티에도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 커피의 맛이나 메뉴의 종류가 아닌 ‘콘센트와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가 제공되는 곳’, ‘음악 조용한 곳’ ‘눈치가 덜 보이는 곳’ 등을 묻는 내용이다.

대학생 정모(23·여)씨는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 내지말라 키보드 소리 내지말라, 신발 끌지말라 등 주의사항이 많은 도서관은 부담스럽지만 카페는 보다 자유로워서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카페들 대응 전략은 각양각색

입지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손님이 많지 않은 카페에서는 ‘카공족’ 유치에 노력하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에서 20평(66.12㎡) 규모의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시험기간 때는 밤 늦게까지 카페 문을 연다. 그는 “시험기간이면 대학 열람실에 자리가 없어 공부할 곳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며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야식메뉴도 개발해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림동 고시촌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1인용 테이블과 스탠드를 구비해 놓고 있어 카페인지 독서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 카페에서 만난 이모(23·여)씨는 “대부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어서 수다를 떨면 오히려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카페는 공부하는 곳이 아닌 휴식을 위한 곳’이란 방침을 고수해 온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인 커피빈도 최근 대학가 입주 점포의 인테리어를 변경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커피빈 관계자는 “전기 콘센트와 와이파이 수요를 반영해 신규 매장 및 학생 고객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를 구축하고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 인근의 한 대형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1인용 스탠드와 1인용 테이블 등을 비치해 ‘카공족’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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