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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때만 되면 대학가 카페들은 ‘카공족(族)’(카페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카페 입장에서 하루종일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카공족’이 달가울 리 없지만 매몰차게 내치기도 어렵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카공족 퇴치를 위해 노트북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 수를 줄이거나 책을 놓고 공부하기 어렵게 테이블을 작고 낮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공부는 카페에서’ 37%로 1위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는 도서관이나 고시원에 비해 자유롭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가 회원 570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하기 좋은 장소를 조사한 결과, ‘카페’라는 응답이 3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도서관(17%)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카페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자유롭고 정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란 대답이 21%로 가장 많았고 ‘음료·간단한 간식을 해결하며 취업준비를 할 수 있어서’(20%), ‘비교적 저렴하게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17%), ‘노트북·핸드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용이해서(충전편리)’(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 커뮤니티에도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 커피의 맛이나 메뉴의 종류가 아닌 ‘콘센트와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가 제공되는 곳’, ‘음악 조용한 곳’ ‘눈치가 덜 보이는 곳’ 등을 묻는 내용이다.
대학생 정모(23·여)씨는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 내지말라 키보드 소리 내지말라, 신발 끌지말라 등 주의사항이 많은 도서관은 부담스럽지만 카페는 보다 자유로워서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카페들 대응 전략은 각양각색
입지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손님이 많지 않은 카페에서는 ‘카공족’ 유치에 노력하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에서 20평(66.12㎡) 규모의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시험기간 때는 밤 늦게까지 카페 문을 연다. 그는 “시험기간이면 대학 열람실에 자리가 없어 공부할 곳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며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야식메뉴도 개발해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림동 고시촌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1인용 테이블과 스탠드를 구비해 놓고 있어 카페인지 독서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 카페에서 만난 이모(23·여)씨는 “대부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어서 수다를 떨면 오히려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카페는 공부하는 곳이 아닌 휴식을 위한 곳’이란 방침을 고수해 온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인 커피빈도 최근 대학가 입주 점포의 인테리어를 변경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커피빈 관계자는 “전기 콘센트와 와이파이 수요를 반영해 신규 매장 및 학생 고객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해당 서비스를 구축하고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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