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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여성 인터뷰]아이디어 하나로 연봉 10억.."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성선화 기자I 2014.03.29 06:00:00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남성과 달리 여성들의 창업은 대부분 우연찮은 기회에 시작된다. 딱히 독립을 해야겠다거나, 창업을 해야겠다는 본인의 강력한 의지보다는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박성연(사진) 크리베이트 대표 역시 비슷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큰 이변이 없는 한 부장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가중되는 조직 내 스트레스는 그를 힘들게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이렇게 끝까지 올라가서 뭐하냐’라는 회의감에 휩싸였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그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얻기 위해 억대의 비용을 ‘아이디오’와 같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기꺼이 투자한다. 그는 “국내에 없는 서비스였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주는 것 같았다”며 “많게는 프로젝트 한 건당 최소 2~3억원, 최대 10억원씩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 제가 하고 있은 일이 바로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하는 일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낭비되는 외화벌이를 한다는 말도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처음에 ‘크리베이트’의 정체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아직 국내에 대중화되지 않은 서비스다보니 상대방을 이해시키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서비스를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LG U+의 고객 접점에서의 신규 서비스 컨셉트 개발이다.

통신회사가 고객의 모든 인터넷 경험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있는 시대임에도 고객은 여전히 ‘방문 설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가정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면 기사가 일정 시간 방문해 진행하는 설치 과정은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지
2009년 LG전자 미래 가전제품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진행. 이 과정에서 LG 프롬 ‘스타일러’가 탄생했다.
만, 고객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불편한 시간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실제 방문 서비스 상황에서 고객의 경험을 분석하고 ‘불편한 점’을 찾았다.

그 결과, 고객들은 방문 기사가 빨리 나가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문 기사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크리베이트가 제시한 해결책은 방문 기사가 고객에게 먼저 행동 반경과 예상 기간, 필요한 업무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고객이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심리적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홈 인터넷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답이 아닌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보여줘라

창업을 한 지도 벌써 8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크리베이트는 국내 유일의 소비자 중심 아이디어 컨설팅 업체다. 입소문을 통해 일감도 거의 끊김없이 이어졌다. 수주에 따라 부침이 있지만 연 매출은 10억원 정도다. 8명의 다양한 전공의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한다.

크리베이트에서 중요한 점은 결과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 혁신 기업 ‘아이디오’의 컨셉트와 유사하다. 아이디오의 브레인 스토밍 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국 아이디어 본사에는 ‘판단을 미룰 것’ ‘거친 아이디어를 장려할 것’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것’ 등의 브레인 스토밍 원칙들이 붙어있다.

이 때문에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발견한 사고의 흐름을 보여주고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대안을 찾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다양한 대안들 중에서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다. 지난 2009년 LG전자와의 ‘2015년 미래 가전제품 시나리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일러’라는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스타일을 살린다’에서 따온 스타일러는 걸어두기만 하하면 새옷처럼 관리를 해준다는 개념이다. 실제 사용자들은 스타일러 사용후 세탁비가 훨씬 줄었다고 평가한다. 박 대표는 “당시만해도 가전제품은 대부분 꽃무늬 장식 등으로 화려하게 한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변해가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욕구에 대해 클라이언트 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이같은 혁신 작업을 진행할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관련, 박 대표는 “부서 이기주의 등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어렵다”며 “외부에서 봤을 때 비로소 정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 여성 창업자들에게 “미국에는 있지만 국내에는 없는 서비스 직종들이 아직 많다”며 “창업을 준비한다면 틈새 서비스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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