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다. 대우처럼 복잡하게 출자구조가 얽히면 한 계열사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옮겨갈 수 있으니, 지주회사를 통해 해결하자는 의도였다.
◇ 지주회사, 非지주사보다 강한 규제에 발목
하지만 지주회사는 오히려 기존 순환출자 형태의 대기업들보다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는 자산 총액 1000억 원 이상이면 △상호출자금지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적용되지 않는 타 회사 출자 제한 △공동출자 금지 △출자단계 제한 △금융업 영위 불허 등 각종 사전규제를 적용받는다.
반면 일반 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어야 상호지급보증 및 상호출자 금지,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외에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신고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공정거래법상 등록된 105개사(2011년 9월 현재) 중 전체 92개에 달하는 일반지주회사는 평균 자산규모는 1조 원 미만, 대부분 중견 규모다. 즉 국내 지주회사들은 투자·출자에 있어 대규모 기업집단보다 엄격한 사전규제를 적용받는셈이다.
증손회사에 대한 규제 역시 외국과의 합작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손회사는 손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곳을 말한다. 현행법에서는 손자회사가 지분 100%를 가질 때만 증손회사를 허용한다.
때문에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일본 화학회사인 JX에너지와 울산에서 1조 규모의 파라자일렌(PX) 합작공장을 짓고 있지만, 현행법상 공장을 준공해도 합작회사를 만들 수 없다.
지주회사 GS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도 일본 다이요오일·쇼와셀과 지분 비율 50대 50으로 1조 원 규모의 PX 합작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좌불안석이다. SK든, GS든 법이 바뀌지 않으면 일본으로부터 약속받은 투자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빚을 내 지분 100%를 채워야 한다.
지주회사 관계자는 “정부는 지주사로 전환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 기업에 대해서만 출총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다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모든 기업에 폐지하면서 오히려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지주사 전환 기업들이 피해 보는 구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지주사 강한 규제에 화들짝…30%는 지주사 체제 밖에
지주사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들도 지주사 체제 밖에 계열사를 두는 편법을 쓰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13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경우 전체 652개 계열사 중 456개를 체제 내로 들여와 지주회사 편입율 69.9%를 기록했다.
하지만 편입율은 지난해 수준이다. 여전히 전체 계열사의 30% 수준인 196개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 밖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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