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하루만에 다시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과 은행주 약세가 하락을 주도했고,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럽중앙은행(ECB) 국채매입 프로그램 위헌 판결을 앞둔 관망세도 한 몫했다.
1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16.57포인트, 0.76% 하락한 1만5122.02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36.82포인트, 1.06% 낮은 3436.95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16.67포인트, 1.01% 떨어진 1626.14를 기록했다.
앞서 열렸던 BOJ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BOJ는 이날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대했던 장기 금리 안정 대책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다우지수는 장 초반 152포인트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관망세 속에 낙폭을 다소 줄였다.
미국에서 지난달 도매재고가 두 달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 긍정적인 재료가 된 가운데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독일 헌재에서의 ECB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위헌 판결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우세한 편이었다. 특히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대부분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은행주와 에너지 관련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룰루레몬 애슬레티카는 크리스틴 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17% 이상 급락했다.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역시 2분기에도 PC와 노트북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 탓에 3.71% 하락하고 말았다.
또한 일본 소니가 100달러나 싼 가격에 경쟁 제품인 ‘플레이 스테이션4’ 게임 콘솔을 출시한 탓에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 이상 하락했다.
전날 장 막판 하락했던 애플은 이날도 장초반 오름세를 지키지 못한 채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 제안가격을 상향 조정하면서 스프린트 넥스텔이 2.37% 상승했다.
◇ 美 도매재고, 두달째 증가..판매대비 재고는 둔화
미국의 지난 4월중 도매재고가 두 달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도매 판매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인데 비해 재고 증가는 완만했다. 향후 경기 둔화 우려에 재고 비축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지난 4월중 미국의 도매재고가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3월의 0.3% 증가에는 못미친 것이지만, 0.2%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다. 반면 3월 수치는 종전 0.4% 증가에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자동차 부품이나 기업 설비 등 내구재 재고는 0.2% 늘어났다. 특히 자동차 수입이 지난 201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탓에 자동차를 제외한 재고는 전월 수준에 머물렀다. 또 의약품과 농산물 등 비내구재 재고도 0.1% 증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도매 판매는 호조세를 보였다. 4월중 도매 판매는 0.5% 증가하며 앞선 3월의 1.4% 감소에서 증가로 급선회한 것은 물론이고 보합수준이었던 시장 전망치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서서히 재고를 쌓고 있는 반면 판매가 더 빨리 늘어나면서 상대적인 재고 비율도 낮아지는 모습이었다. 실제 도매판매를 감안한 도매재고 비율은 1.21개월치로, 앞선 3월의 1.22개월에 비해 소폭 줄었다.
◇ 獨정부, ‘헌재판결 앞둔’ ECB 국채매입 옹호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적법성 여부를 평가받게 될 유럽중앙은행(ECB)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에 대해 독일 정부가 강력하게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원고측은 ECB가 이를 당장 포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독일 헌재는 이날 남부도시인 칼스루헤에서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이 EU법상에 규정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는지, 또 EU법이 금지하고 있는 통화정책을 통해 직접 자금 지원(monetary financing)에 해당되지 않는지를 따지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는 이틀간 열리며, 헌재는 이르면 12일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독일 정부는 ECB의 정책을 변호했다. 헌재 공청회에 출석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ECB의 모든 정책들은 ECB가 EU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정책목표에 부합하고 있다”며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ECB가 취한 조치들이 ECB 권한에 위배된다는 어떠한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이런 문제가 독일 또는 국가적 관할권 내에서 다룰 만한 사안이라고도 보지 않는다“고 덧붙여 사실상 ECB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독일은 ECB 정책을 헌재 판결을 부쳐선 안되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판결을 판사들도 기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독일산업협회(BDI) 행사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ECB는 유로화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이로 인해 영구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매커니즘(ESM)이 중요하다는 점을 헌재에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우리도 이같은 ECB의 정책수단들이 매우 논쟁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ECB는 역내 통화 안정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잘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짐 오닐 ”채권 30년 강세장 끝..美 4%금리 익숙해져야“
채권시장의 30년 강세장이 끝날 것이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미 국채금리가 4%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 익숙해져야할 것이라고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이 경고했다.
오닐 전 회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거대한 정상화의 일부로서 이같은 채권금리 상승이 나타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아주 힘든 날들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는 2.2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2.26%를 기록하며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0년 4월에 마지막으로 4%대 금리를 기록한 바 있다.
오닐 전 회장은 ”10년만기 국채금리가 당장 다음주에 4%까지 상승한다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 정상화로 돌아선다면 앞으로 2년 정도 내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현재 글로벌 경제는 주식 문화가 회복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와 있다“며 ”이로써 30년간 지속된 채권시장과의 밀월관계는 아마 끝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게임이 변화되기 시작할 때면 채권시장이 힘들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이로 인해 미 금리가 뛰면서 많은 이머징마켓에서도 추가적인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BOJ, 통화정책 유지..특별대출 프로그램 실시
일본은행(BOJ)은 10일부터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BOJ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본원통화를 연간 60~70조엔(약 693~809조원) 늘리기로 한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판단에 대해 ”회복되고 있다“에서 ”회복하고 있다“로 상향조정했다.
한편 BOJ는 ‘대출증가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공급’을 실시하는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내놨다. BOJ는 총 3조1519억엔을 자국 내 대형은행과 지역금융기관에 공급할 계획이다.
자금공급 대상은 총 70곳으로 대형은행 8곳 지역금융기관 62곳이다. 대형은행에는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이 포함됐으며 총 2조5400억엔이 투입된다. 나머지 자금은 지역금융기관에 투입된다. BOJ의 특별 대출 프로그램은 오는 20일부터 앞으로 1년간 총 1914억엔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진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