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네브라스카주)=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투자할만한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 자꾸 신문사를 인수하느냐?”, “이제는 햄버거를 너무 많이 먹지 말라“
4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는 워런 버핏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과 찰스 멍거 부회장이 장장 4~5시간에 걸쳐 시장 전문가들과 주주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투자수익률을 걱정하며 버핏의 신문 사랑을 꼬집는가 하면, 그의 건강을 걱정해 햄버거를 줄이라는 애정어린 충고까지 전했다.
○…“버크셔는 800 전화번호가 될 것이다”
“버크셔는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질 때 800 전화번호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는 수신자가 부담하는 무료 전화다.
버핏 CEO는 이같은 비유를 들어 “만약 며칠간 다우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씩 하락하는 날이 온다면 그 파도가 지나간 뒤 벌거벗겨진 채 수영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그동안 우리가 투자했던 골드만삭스나 제너럴 일렉트릭(GE),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모두 그런 위기 시절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가 없더라도 이는 버크셔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나의 후계자는 버핏의 이름을 대신해 우리 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좋은 산업도 많은데 왜 하필 신문을”
한 주주는 “단순하게 봐도 더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업종이나 기업들이 많은데 왜 하필 신문사를 그렇게 인수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동의하는 주주들이 꽤 많은 듯, 관객석에서는 질문자에 동조하는 박스가 터져나왔다. 버핏은 지난 2년간 28개의 신문사를 3억44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버핏은 “이들의 이익이 줄어들곤 있지만 여전히 세후 수익률이 10% 정도될 것으로 본다”며 “세전 기준으로 이들 신문사들의 총 이익은 1억달러 정도로 꽤 된다”고 항변했다. 물론 “만약 다른 산업이었다면 그렇게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쇠락하는 신문산업에, 그것도 자신이 강조한 덩치 큰 회사가 아닌 신문사들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나와 멍거 부회장은 신문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기업 인수 조건에 규모면에서 맞지 않더라도 경제성만 있다면 더 인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과 TV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지역 신문은 해당 지역의 정보를 가장 잘 전달해주는 포괄적이고도 신뢰할 만한 소스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신문을 유지했으면 하는 것이고, 월스트리트저널보다 훨씬 먼저 유료화 모델을 성공시킨 아칸소 데모크레트-가젯 같은 신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다른 거인들과 다르다”
이번 주총에서 `버크셔 약세론자`로 기대를 모은 덕 카스 헤지펀드 매니저는 버크셔의 덩치가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덩치를 키운 기업들의 좋지 않은 말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멍거 부회장은 “회사 규모가 아주 커지긴 했지만 우리는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과거 덩치 큰 거인 회사(giant)들이 실패했던 경험들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들보다는 잘할 수 있으며 더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와 멍거는 아주 운이 좋았다”
버핏 CEO는 기회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나는 아주 운이 좋았고 특히 미국에서 남자로 태어날 수 있어서 더욱 그랬다”며 “오늘날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더욱 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는 더 나아지고 있고 삶의 질도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멍거 부회장도 “우리 둘은 경쟁이 약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잘 이용했다”며 “처음 우리가 돈을 굴리기 시작할 때에 비해 지금 경쟁은 너무 강하다”고 동조했다.
이어 버핏은 “당시와 달리 지금 우리는 돈은 많은데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제 햄버거 많이 먹지 말라”
올해 86세로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캐롤 루미스 주주는 버핏에서 “햄버거를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뽑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버핏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재정적자를 엮어 질문했다.
“고맙다”고 답한 버핏은 곧바로 그 주주의 질문을 역으로 공격했다. 그는 “엄청난 정부부채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려야만 한다”며 “이는 확실히 오바마 정부의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버핏 CEO는 “사람들과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본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4년간에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지면서 사용한 정부지출 규모는 경제 위협 정도를 감안할 때 아주 적절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