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을 넘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갤럭시 카메라는 스마트폰 OS를 넣은 두 번째 카메라이다. 시작은 니콘이 한발 빨랐다. 안드로이드를 넣은 스마트한 카메라를 만들려 한 니콘은 삼성전자에게 함께 만들어 보자고 구애했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삼성은 카메라 사업부가 있는데 굳이 니콘과 협력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오기가 발동한 니콘은 독자적으로 안드로이드를 넣은 카메라(제품명 S800c)를 올초 시장에 내놨다.
이윽고 혹평이 쏟아졌다. 안드로이드를 제대로 다뤄본 경험이 전무한 니콘이었다. 당시 구 버전 취급 받던 안드로이드 3.2 버전인 ‘진저브레드’를 간신히 카메라에 넣었지만 처리속도가 느리고 쓸만한 앱(APP)들은 죄다 호환이 되지 않았다. 잦은 오류를 내는 등 손봐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잊혀졌다.
실제로 스마트폰, 태블릿 이외 제품에 안드로이드를 넣고 이제껏 성공한 제품이 없다. 실패의 쓴맛을 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내비게이션이다. 안드로이드의 핵심인 앱마켓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어서다. 갤럭시 카메라보다 한발 앞서 선보인 소니의 와이파이(Wi-Fi) 카메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앱스토어를 구축해 운영했지만 큰 재미를 못봤다. 하지만 갤럭시 카메라는 최신 버전인 안드로이드 4.1(젤라빈)을 완벽하게 탑재했다. 따라서 구글플레이에서 앱과 게임을 사용자 취향대로 내려받아 쓸 수 있고, 스마트폰처럼 웹서핑도 가능하다.
◇카메라의 변곡점
‘스마트폰+카메라’ 콘셉트의 갤럭시 카메라는 CD에서 MP3로 갈아탄 지난 오디오 제품의 변천사와 비슷하다. 즉, 카메라 소구점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제품인 것. 편리성을 앞세운 MP3가 음질이 더 좋은 CD를 밀어냈듯이 요즘 사람들은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바로바로 공유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더 강하다. 카메라를 USB 단자로 PC에 연결해 사진을 옮기고, 편집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일련의 과정은 소비자들에게 이제 불편한 일이 됐다. 하지만 갤럭시 카메라는 LTE망을 통해 찍자마자 업로드 할 수 있다.
메모리카드에 사진이 꽉찰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메모리카드를 구매하는 것도 비용적으로 부담이다. 그러나 갤럭시 카메라는 사진을 인터넷에 바로 저장할 수 있는 ‘드롭박스’ 서비스 저장공간 50기가바이트(GB)를 무료로 제공한다. 때문에 시장에선 향후 카메라용 메모리카드 시장이 쇠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 카메라의 단점은 우선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LTE 통신망 확보를 위해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력은 꾸준히 소모된다. 일반 카메라처럼 한번 충전으로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또 이 제품은 이동통신대리점에서 살 수 있다. 카메라 예비구매자들이 일반적으로 찾는 판매유통망이 아니라는 점에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또 LTE 2년 약정으로 구매해야 한다. 가계통신비 부담이 적지 않은 통에 약정을 또하나 들어야 한다니 선뜻 지갑을 열기 힘든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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