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슈르, 퍼스트월드, 프레지던트…'
건설사들이 아파트 이름 짓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물론 다른 아파트 단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네이밍 전담팀을 두거나 네이밍 회사에 용역을 맡기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자사 브랜드 뒤에 아파트 고유 이름을 처음 붙인 것은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90년대 후반 서초구 서초동에서 `롯데 캐슬 84`라는 아파트를 처음 선보였다. 84라는 숫자의 의미는 공급한 가구수가 84가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롯데건설측의 설명이다.
초기 롯데캐슬은 갤럭시, 골드 식으로 쉬우면서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이미지 위주였다.
하지만 요즘은 아파트 이름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마포 롯데캐슬의 경우 대통령이 살던 지역이라는 이유로 프레지던트, 남산에 있는 롯데캐슬의 경우 봄철에 분양을 시작해 `아이리스`라는 봄꽃 이름에서 따왔다.
초기에는 대체로 회사 내 마케팅 부서에서 네이밍을 담당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합원 추천, 일반 공모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서 이름을 찾고 있다.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 카이저`는 일반 공모를 통해 이름을 지은 사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최근들어 다양한 아파트 이름을 선보이고 있다. 당장 다음주에는 `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집`을 의미하는 경기도 산본 `래미안 하이어스`를 분양한다.
래미안의 경우 대부분 조합원들의 요구로 아파트 이름을 짓는 편이다. 조합원들이 후보작을 내놓고 이들 중 투표를 거치거나 네이밍 컨설턴트 회사에 의뢰해 조합원 투표로 이름을 짓는 식이다.
하지만 삼성건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아닐 경우에는 대체로 해당 지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래미안이라는 업계 1위의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을 짓는 것은 조합원과 시공사에게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라며 "조합은 아파트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어 좋고 삼성건설로서도 아파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이익"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자사 브랜드 `더 샾`과 함께 아파트 이름을 사용한다. 하지만 앞의 두 업체와는 달리 그 비중은 작은 편이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의 `더 샾` 하버뷰와 퍼스트월드가 대표적이다. 사내의 사업기획그룹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네이밍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단지 주변 환경 등을 감안해서 특색있는 이름을 짓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더 샾`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시기인 만큼 아파트 이름을 따로 짓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 이름 짓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을 가진 아파트가 너무 많아 쓸만한 단어가 선점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건설사들은 단어를 조합하거나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차용하기 시작했다. 삼성건설의 경우 수원 인계동 래미안의 이름을 `노블(귀족)+클래스(계급)`로, 이미 분양한 동작구 본동 래미안의 경우 `트윈(쌍둥이)+파크(공원)`로 지었다.
롯데건설은 카이저라는 독일어를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의 이름으로 지었으며 의왕 내손 래미안은 영어와 독일어를 조합해 에버하임이라 지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을 따로 짓는 건설사들이 많아지면서 이름 붙이기가 갈수록 쉽지 않다"며 "조합아파트의 경우 조합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공모나 네이밍 회사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