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환구기자] `권토중래(捲土重來), 비극태래(否極泰來), 과난성상(過難成祥)`. 증권사들은 내년 전망을 이같은 사자성어에 압축했다. 내년 증시가 적어도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란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2008년의 상처가 워낙 깊었기에 보상심리가 발동한 탓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믿는 구석도 있을 터이다.
2009년 증시를 쥐락펴락할 5가지 이슈를 통해 낙관의 근거를 간추려봤다.
1. `유동성 장세` 올까?
프로야구에 빗대보자. 기업이익이 `성적`이라면 수급은 `관중`이다. 성적이 좋아야 관중이 따른다. 하지만 성적이 나빠도 구름 관중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 야구 관람 외 딱히 할 일이 없는 특수한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을 통해 전 세계 각지에서 돈이 풀리고 있다. 주요국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에 접어들었고, 초과유동성 상태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풍부해진 유동성이 증시에 흘러든다면 주가는 랠리를 펼칠 수 있다. 2008년 막바지 주가가 반등한 이유도 유동성 랠리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유동성 장세는 정말 올 수 있을까? 증권사들의 분석은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09년 상반기까지는 늘어난 유동성의 힘으로 간헐적인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것으로 점쳤다. 교보증권은 신용스프레드가 1.3% 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말 경에 소폭의 유동성 장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은 "유동성 공급 효과가 발휘되는 시차(통상 2년 정도)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유동성에 의한 주식시장의 랠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 시그널은 환율과 금리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2. 경기침체 파동 지속..구조조정 어디까지?
내년에도 경기침체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금융연구원은 22일 국내연구기관 최초로 1%대 성장률을 전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실적 쇼크로 인한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특히 기업 부도와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은 내년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서막은 올랐다. 10월 부도업체수는 321건으로 2005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추세를 나타내는 3개월 평균 부도건수도 234건에 달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구조조정을 `필요악`으로 봤다. 결과에 따른 아픔은 있겠지만 근본적 치유를 위해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버블 시대에 공급 과잉을 축적한 부동산, 건설, 신설조선, 한계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은 "건설사와 중소조선업체, 저축은행 등의 부실이 얼마나 빠르게 정리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구조조정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주가는 바닥을 빨리 형성하고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분적인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군살빼기를 미리 해놓은 국내 수출 제조업체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궁극적으로 경쟁업체의 구조조정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3. 외국인, 돌아올까?
외국인은 올해 국내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대비 보유비중은 28% 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사뭇 다르다. 강도높은 매도세가 진정되는 것은 물론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대한 잉여유동성 공급으로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데다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던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2009년에는 극적으로 반전될 것"이라며 "코스피 시장의 보유비중도 선진국 평균수준인 33% 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또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호재로 거론됐다. 2008년 9월 FTSE 선진지수에 편입이 결정된 데 이어 또 한번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전환 토대가 갖춰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4. 중국 경제, 연착륙 가능할까?
미국은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자 조타수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침몰한 이유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성장 기여도로 따지면 중국은 25% 에 육박, 미국(9.12%)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미국을 능가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전체 수출의 2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버텨준다면 한국 경제는 한 시름 놓게 된다. 반대로 중국 경제의 엔진이 식으면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크다. 중국 경제의 회복여부는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변수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대규모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본시장개방이 미진해 글로벌 신용경색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중국이 내년에도 7~8% 정도의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며 "이는 아시아 신흥시장에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5. 부동산 시장의 터닝(Turning) 시점은?
과거 대부분의 경제위기가 그렇듯, 이번 금융위기의 발원지도 부동산 시장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신용경색과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잉태한 탯줄이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터지지 않은 뇌관으로 불린다. 급격한 가격 하락이 나타난다면 금융기관은 물론 가계 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다.
주택가격 하락이 장기화된다면 가계의 소비 둔화로 인한 일본식 복합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의 주택경기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매동향과도 높은 상관성을 보인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다만 국내 부동산 시장이 급락과 버블 붕괴 사태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PRR(주택가격/임대료)이 높지 않은 편이며 해외에선 보기드문 주택가격시스템인 전세제도로 인해 주택차압에 따른 매물의 악순환을 막는 순기능이 가능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편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2분기 경에 바닥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부동산의 하락속도를 과거에 비교해보면 2009년 2분기 중에 추세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 하락세가 진행되더라도 정부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점차 바닥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