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기자]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에서 낮은 물가가 오히려 통화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펴면 부동산 거품 등 경제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을 간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오는 16일 열릴 `2006년 한은 국제컨퍼런스` 에 앞서 미리 배포한 개회사에서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다 보면 전체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특히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에는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한국의 경우에도 그간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이 급증해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는 지금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물가 외의 요인에도 무게를 둬야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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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지난 2001년 초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크게 낮췄고, 저금리기조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유동성이 과다공급됨으로써 자산가격 급등 등과 같은 부작용이 수반됐다"며 "지난 80년대말 일본의 자산가격 버블 등에서 볼 수 있듯 저인플레이션이 반드시 거시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저인플레이션하에서 중앙은행이 직면하게 되는 또하나의 도전은 중앙은행의 정책대응능력이 제약될 수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돼 명목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침체시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된다"며 "특히 디플레이션 등으로 명목금리가 하한에 가까워지는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저물가·저금리기조하에서 금리에 대한 실물경제의 민감도가 변화할 수 있다"며 "장기간 저물가에 익숙해져 인플레이션압력에 둔감해질 우려가 있어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당분간 과거와 같은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 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생산성 향상노력이 지속되고 있고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확산돼왔고 한국도 지난 2000년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 모두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약 2%포인트나 낮아졌다"며 "최근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물가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고물가 현상은 당분간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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