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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단 3%' 36명 죽인 방화범 살려낸 이유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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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기자I 2025.12.09 00:00:03

‘36명 사망’ 日 최악 방화 사건
공모전 탈락에 앙심 품고 ‘방화’
''사망 확률 97%'' 의사, 법정 세우려 온 힘
사형 확정...일본 사형 방식 보니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죽지 마, 벌받아야지” 의사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실려 온 방화범에 다짐했다.

2차 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사건이었다. 36명이 죽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범인은 대놓고 “죽어라”를 외치며 온 사방에 휘발유를 뿌려댔고 화마는 순식간에 스튜디오를 집어삼켰다.

2019년 일본 교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방화를 저질러 36명을 사망하게 한 아오바 신지가 2020년 5월27일 들것에 실려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AFP 뉴스1)
2023년 12월 9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검찰은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 사건’ 용의자 아오바 신지에 사형을 구형했다.

아오바는 당시 방화로 자신도 예측 사망률이 97.45%에 달하는 전신 화상을 입었다. 생존율은 크게 잡아봐야 약 3%에 불과했다. 병원으로 실려 온 아오바를 본 의사는 “그를 죽음으로 도망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며 4년 간 치열하게 치료해 매달렸고 마침내 법정에 세웠다.

아오바는 2019년 7월 18일 응모한 소설이 낙선된 데 원한을 품고 교토시 후시미구 소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난입해 1층 현관에 불을 질렀다.

아오바는 조사에서 교토 애니메이션 공모전에 자신의 소설을 출품했다가 낙선한 적 있는데, 이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며 범죄 동기를 밝혔다. 또 교토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어둠의 인물’에게 감시를 받고 있으며,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고 진술했다.

교토 애니메이션 측은 소설 공모 당시 아오바가 두 점을 응모한 사실은 있지만, 형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회사 작품과의 유사성도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직원 70명 가운데 36명이 죽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살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참사였다.

아오바도 전신의 93%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오사카 긴키대학 병원의 화상 전문의 우에다 다카히로는 헌신적인 치료 끝에 그를 살려 법정으로 보냈다.

다카히로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그가 죽음으로 도망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치료 이유를 밝혔다.

아오바는 네 차례에 걸친 화상 조직 제거 수술과 전신 중 약 8㎝밖에 남지 않았던 정상 표피 조직을 배양해 다섯 번에 걸쳐 이를 이식하는 작업을 거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2019년 사건 당시 화재 연기에 뒤덮인 '교토 애니메이션' (사진=교도 연합뉴스)
회생한 아오바는 사건 10개월 만인 2020년 5월 살인 방화 등 혐의로 경찰에 정식 체포됐다. 그는 지속적인 치료와 수사 끝에 마침내 4년 만인 2023년 9월 1심 재판을 받았다.

아오바 측 변호인은 “범행 당시 그가 망상으로 인한 정서 장애가 있어 선악을 구별하거나 행동을 제어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오바가 범행 직전 현장 인근 골목길에 앉아 10여 분간 생각에 잠긴 뒤 범행에 이른 점 등을 감안해 “명확한 판단력이 있었다”고 반박하며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아오바에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망상장애와 망상이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독선적이고 의심이 많으며 공격적인 성향”이라며 “방화를 저질러 많은 사상자를 낸 건 피고인의 공격적인 성향에 근거한 것이지 범행 자체에 망상의 영향은 없다”고 판시했다.

아오바는 오사카 고등재판소(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이후 취하서를 제출해 사형이 확정됐다. 2025년 1월의 일이다.

이번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해당 사건에 대해 무려 22번의 재판이 열렸다. 아오바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한 건 21번째 재판부터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대표적인 사형제 존치 국가다. 가장 최근 사형이 집행된 건 지난 6월이다. 9명을 연쇄 살인한 혐의로 시라이시 다카히로에 사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사형은 교수형으로 집행되며 사형수에게는 집행 몇 시간 전 이를 통보한다.

일본은 국제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사형제 폐지를 요구받아 왔지만, 찬성 의견이 많은 자국 내 여론 등을 이유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법률상으로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지난 1998년 이후 27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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