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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해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토허제는 길게 끌고 갈 수 없고, 임시 조치다”라며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시장이 차분해지면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집값이 일단 단기적이지만 잡힌 것으로 나오지 않느냐”며 “토허구역 해제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먼저 해제 요구가 나온 것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 거래를 계속 묶어두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집값이 많이 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마포 ·성동 등 한강벨트의 토허제 적용은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크지 않았음에도 강남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자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주도로 무효 소송이 진행되며 규제지역 설정 자체가 옳지 않았다는 여론도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집값 과열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절벽에 대한 적절한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거래를 묶어두기만 한 대책은 결국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선 ‘풀 수 있다’ ‘오래가지 않는다’ 식의 뉘앙스로 민심을 달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토허제를 정말 곧 해제할 수 있을까. 토허제를 해제한다면 해당지역의 반발은 가라앉겠지만 정책 신뢰도는 완전히 흔들리게 된다. 두 달여만에 해제한다면 토허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이나 규제지역 설정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없었음을 정부여당이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새 정부 들어 벌써 3번째인 부동산 대책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면 앞으로의 정책의 약발은 더 떨어질 게 자명하다. 시장에는 언제든 또 규제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게 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풍선효과로 토허제가 해제된 지역의 거래가 과열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1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비공개로 만나자 토허제 논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국토부가 애써 “논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애초에 풍선효과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서울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었던 게 결국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발목을 잡은 꼴이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거래는 될 수 있도록 숨통은 틔워 놓았어야 했다. 갭투자 금지와 전세대출까지 옥죄어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 수요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 것은 결국 제도가 변할 때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효과있는 정책보다 부작용이 덜한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