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A씨는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김종식(당시 34세)의 결심 공판에서 “손주들에게서 ‘엄마를 죽인 살인자에게 데려다 달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며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보기 위해 죽지 않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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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20년 6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 7층에서 피해 여성 나금주(당시 39세)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다음날 오전 2시 10분쯤 12층에 사는 금주씨의 언니 나정은(당시 40세)씨도 나체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의 지인은 두 사람이 연락이 닿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119에 신고를 했고, 결국 이들은 사망 일주일이 지나서야 각각 자신의 집 침대에서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망 후 일주일이 지나 발견된 이유에는 금주씨의 남자친구 김 씨가 이들의 지인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일주일의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 둘째 딸과 결혼 약속한 김 씨, 첫째 딸은 왜
금주씨는 김 씨와 2020년 2월 정신병원에서 처음 알게 됐다. 금주씨는 알코올 의존증이었고 김 씨는 공황장애로 입원 중이었다.
두 사람은 병원에서 사랑을 키우다 퇴원 후 금주 씨의 집에서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언니 정은씨도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했다.
김 씨는 경찰에 붙잡힌 후 금주씨와의 싸움이 잦아지자 술김에 우발적으로 목 졸라 살해했으며, 정은씨의 집으로 가 정은씨가 귀가하길 기다렸다가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우발적이라기엔 그의 범행에는 의문점이 있었다. 범행의 목격자도 아닌 정은 씨를 왜 살해했냐는 것. 또 자매를 살해한 후 이들의 지인들과 연락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도 우발적이라는 그의 말에 의문을 더했다.
자매가 살아있는 척 꾸몄던 김 씨는 결국 정은씨의 가게 비밀번호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정은씨의 친구에 보냈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친구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 “너네 언니 가게에서 일하려고 했지”…계획적 접근?
경찰의 포렌식 과정에서 자매의 부친 A씨는 작은딸 금주씨의 휴대전화에서 김 씨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듯한 내용의 녹취를 발견했다.
녹음 내용에서 김 씨는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 금주씨에 “나도 퇴원하면 당진 올라갈까”라고 말했고 금주씨는 “그냥 부산에서 자리 잡고 있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씨는 “처음에 나는 그 생각을 했다. 당진을 가면 언니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해당 사건을 다룬 KBS ‘표리부동’ 측에 “작은딸에게는 알코올 의존증까지 있는데 (김 씨가) 뭐가 좋아서 만나게 됐을까”라며 “작은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서 계획적으로 만난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애초에 언니 정은씨의 돈을 노린 접근이었다는 것이다. 정은씨는 하루 매출 1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가는 주점의 사장이었으며 금주씨는 언니의 일을 종종 도왔다고 한다.
실제 김 씨는 금주씨를 살해하고 정은씨를 살해하기 전 정은씨가 몰던 외제차를 인터넷에 검색했으며, 정은 씨를 살해한 후에는 귀금속, 명품 가방 등을 챙겨 도주했다.
이후 김 씨는 정은씨의 차를 훔쳐 울산으로 내려갔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정은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580만 원을 인출했다. 신용카드 비밀번호는 살해 전 정은씨를 위협해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출한 돈을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
또 자매들의 휴대전화로 총 106만 7000원 가량 게임머니를 충전하기 위해 소액결제를 했으며, 울산에서 전 여자친구를 만나 정은씨가 쓰던 명품 가방을 전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김 씨가 금주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하더라고 정은씨의 경우는 계획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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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없던 김 씨, 재판부엔 18번 반성문 제출
김 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 무려 18번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유족에게 사과나 반성의 기미를 보인 적이 없었다.
A씨는 2020년 연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는 도피하며 PC방에서 태연하게 제 딸의 돈으로 게임을 즐기고 게임 소액결제까지 하면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대범함을 보였다”며 “지금은 반성문을 내는 건 어떻게든 형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속죄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며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자 김 씨는 형이 과하다는 이유로, 검사 측은 형이 적다는 이유로 모두 항소했다.
2심에선 항소를 기각했고 3심도 김 씨의 상고를 기각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공판 과정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유족은 “우리 가족을 짓밟은 사람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살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사형을 판결해 줄 것을 항의했으나 재판부는 “저희에게 말씀하셔도 이미 선고를 마쳤다. 법에서 할 수 있는 절차를 밟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