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시비빈트 임상 3상으로 21조 가치 입증'...삼일제약 날개 다나

김지완 기자I 2024.12.27 09:05:00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삼일제약(000520)이 기술도입한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로어시비빈트가 임상 3상에서 21조원 가치를 완벽하게 입증했다.

로어시비빈트는 최근 학회에서 무릎 관절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절 운동 능력을 회복시키고 통증을 크게 경감시키는 것도 나타났다. 즉, 로어시비빈트가 주요평가 지표는 물론, 2·3차 지표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냈다. 삼일제약은 이 치료제를 지난 2021년 3월 미국 바이오스플라이스로부터 1000만달러(140억원)에 국내 독점판권을 확보했다.

바이오플라이스 홈페이지. (갈무리=김지완 기자)


바이오스플라이스 테라퓨틱스(Biosplice Therapeutics)는 지난 10월 24일에서 29일 사이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류미티스학회 연례 학술대회’(ACR Convergence 2024)에서 로어시비빈트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임상은 미국에서 무릎 골관절염 환자 276명을 대상으로 36개월간 투여군과 위약군 간 차이를 살폈다. 투약은 3년간 총 3차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56주(1년)간 임상에 참여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0일(1차 투여) → 24주(2차 투여) → 48주(3차 투여) → 74주 관찰 → 100주 관찰 순이다. 즉, 56주(1차) + 100주(연장) 등 총 3년이다. 특이한 점은 임상 3년 차엔 위약군과 투약군 등 모든 피험자에게 로어시비빈트를 투약했다.

◇무릎 관절 공간 ‘확대’

가장 눈에 띄는 건 투약군에서 무릎 관절 공간이 넓어졌다는 부분이다. 애초 알려졌던 관절 간격 유지를 넘어서는 효능이다.

100주차에서 ‘로어시비빈트’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내측 관절 간격은 평균 0.26㎜ 증가했다. 무릎 관절 공간은 엑스레이(X-ray)를 이용해 확인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로어시비빈트 투약군은 100주차에 관절 간격이 평균 0.26㎜ 증가했다”며 “로어시비빈트가 관절을 보호하고 손상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단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이번 임상자 가운데 무릎 관절 공간이1.5㎜에 불과한 중증 환자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능”이라고 덧붙였다.

관절 간격 변화(Medical JSW Change). 로어시비빈트 투약군(네모)은 관절 간격이 벌어졌음이 확인된다. 반면 위약군(동그라미)은 48주까지 관절 간격이 줄어들다 로어시비빈트 투약 후 관절 간격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3년차에도 위약을 줬다면 검정색 점선처럼 빠르게 관절 간격이 축소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공=바이오스플라이스)


건강한 사람의 내측 관절 간격은 3~5㎜ 내외다. 골관절염 초기엔 2.5~3㎜를 나타내고 중등증 1.5~2㎜, 중증 1.5㎜ 이하 순이다.

연골이 충분히 두껍고 관절을 보호할 경우 관절 간격이 넓게 유지된다. 반면, 연골이 닳기 시작하면 관절 간격이 점차 좁아진다. 이후 무릎 관절끼리 맞닿으며 통증이 심화하는 순으로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다.

◇통증 급감하고 무릎 관절 기능 개선

무릎 관절 간격이 벌어지면서 2차 지표인 통증도 급감했다.

로어시비빈트 투약군은 12개월이 지나면서 WOMAC 통증 점수가 14.7%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WOMAC 통증 점수가 3.9% 증가했다. 투약군은 추적관찰 기간 내내 통증 감소 상태를 유지했다.

WOMAC는 골관절염 환자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다. WOMAC 통증 점수는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고 0-100점으로 점수화돼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하다.

WOMAC 통증 점수 변화. 로어시비빈트(투약군)은 투약 6개월, 1년 시점에서 확연하게 통증 감소가 확인된다. 반면 위약군은 단기 플라시보 효과로 초기엔 통증 경감 효과를 보이지만 1년 뒤 통증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된다.(제공=비이오스플라이스)


무릎 관절 간격이 넓어지고, 통증이 줄어들자 무릎 기능도 회복됐다.

로어시비빈트 투약군은 12개월 후 WOMAC 기능 점수가 14.9%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WOMAC 기능 점수가 1.3% 증가했다.

WOMAC 기능 점수는 17개 항목으로 0-100점으로 나타낸다. 이 역시 점수가 높을수록 기능 장해가 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WOMAC 통증과 기능 점수는 치료제가 환자 통증 완화와 신체 활동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나타낸다”며 “이번 장기 임상에서 로어시비빈트는 통증과 기능 모두에서 장기적이고 의미있는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무릎 골관절염에서 로어시비빈트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효과도 놀라운데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로어시비빈트 임상 중 경미한 부작용만 일부 있었을 뿐, 중대 부작용은 없었다. 특히, 치료 중단이나 연구탈락 사례도 없었다.

WOMAC 기능 점수 변화. 로어시비빈트 투약군에서 확연한 무릎 기능 개선이 확인된다. 반면 위약군은 무릎 기능이 악화됐다. (제공=바이오스플라이스)


◇근본 치료제 가능성 입증...韓책정 가격은 경쟁제품 30%

로어시비빈트는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근본 치료제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했다는 평가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로어시비빈트는 크게 △염증억제 △연골보호 두 가지 작용을 한다”며 “우선 연골 염증 발생에 원인이 되는 단백질 신호를 차단한다. 다음으로 연골 손상과 관련한 효소 발생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로어시비빈트는 CLK/DYRK 키나제(인산화효소) 억제제다. CLK와 DYRK 효소들은 염증 반응이나 연골손상과 같은 세포의 비정상적인 활동에 관여한다. 로어시비빈트가 이들 효소를 억제해 연골 염증 반응을 줄이고 연골 손상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더해 윈트(Wnt) 신호를 조절해 관절염 진행을 늦추고 연골을 보호한다. 연골 세포에서 윈트 신호가 과활성하면 염증이 유발되고 연골이 파괴된다. 즉, 로어시비빈트가 골관절염 진행을 막아 관절 구조가 보존된다.

그는 “로어시비빈트는 애초부터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를 목표로 했다”며 “로어시비빈트는 골관절염 치료에 있어 증상만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진행 자체를 막고 치료하는 첫 번째 약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50조 시장 선점 예상하고 기업가치 21조 평가

이런 기대감은 단순히 국내 금융투자업계만의 시각이 아니다. 미국 자본시장에선 바이오스플라이스의 기업가치를 21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가치 평가 배경엔 아직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여기에 로어시비빈트가 △통증완화 △기능회복 △관절간격 확대 등 3개 부문에서 효능을 인정받으면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가치 산출의 근거가 됐다.

SK증권이 올해 1월 10일 발간한 삼일제약 보고서 중 일부. 기업가치는 환율변동에 따라 올라갔다.


중견 생명보험사 자산운용본부 투자팀의 수석 운용매니저는 “바이오스플라이스’ 파이프라인 중 신약허가(NDA)를 앞둔 것은 ‘로어시비빈트’ 하나뿐”이라며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초기 단계(early stage)다. 사실상 21조원 기업가치 대부분이 ‘로어시비빈트’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로어시비빈트는 임직원 숫자가 250여 명으로 바이오텍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바이오스플라이스가 FDA 품목허가를 이끌어낼 만한 역량을 갖췄고, 시장에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일제약이 로어시비빈트의 국내 출시 가격을 300만원으로 잠정 책정한만큼 국내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줄기세포 치료제 가격(1000만원)의 30% 수준이다. 로어시비빈트는 골관절염 2~3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다. 2022년 국내 기준으로 418만 명 중 271만 명(65%)이 2~3등급 환자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로어시비빈트가 국내 시장점유율 10%만 차지한다고 해도 27만명 X 300만원 = 8100억원”이라며 “영업이익률은 20%만 적용해도 1620억원이 나온다”고 추산했다. 이어 “점유율을 절반인 5%라고 가정해도 매출 4000억원에 영업이익 800억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오스플라이스는 내년 초 FDA에 로어시비빈트를 품목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삼일제약은 바이오스플라이스와 1년 가량 시차를 두고 로어시비빈트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 할 계획이다. 국내 상업화 일정은 2025년 하반기 품목허가 신청, 2026년 상반기 국내 판매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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