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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달은 날은 해 9월 3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전남 목포시에 있는 자택에서 차량을 타고 외출했다가 1시간 뒤 되돌아왔다. 그는 10분 뒤 젊은 남성 한 명을 태우고 다시 차량에 올랐고 5시 39분께 임실에 도착했다. 이후 그는 1시간가량 임실 일대에서 머물다가 차량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조수석에 있던 젊은 남성과는 동행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틀 뒤 A씨의 부인 B씨는 아들 C(사망 당시 20세)씨가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9월 3일 오후 7시께 아들이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C씨에 대해서는 몇 차례 목격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그의 행적과 일치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C씨는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약 2주가 지난 뒤 집에서 160㎞ 떨어진 거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같은 달 19일 사건 현장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이 철제적재함 안에서 C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었다.
발견 당시 C씨의 시신은 이미 부패와 시랍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머리, 얼굴 등에는 골절 흔적이 있는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C씨에게서는 외력에 의한 머리부위 손상과 다량의 약물 성분이 확인되기도 했다.
사건을 들여다본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범행 추정 시간에 현장을 지나간 용의 차량을 특정했고 약 1주 뒤 A씨를 체포했다. A씨가 두 차례 집을 나섰던 그날 조수석에 탄 사람은 C씨였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었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부인했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는 입을 열지 않으며 방문 조사도 거부했다.
검찰은 A씨가 C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먹인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 발생 1년여 전부터 C씨 앞으로 수령액 총 4억원대인 생명보험이 여러 개 가입돼 있었다는 점에서였다.
◇法 “목격자 없지만, CCTV 등 증거들이 범행 뒷받침”
이상한 점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B씨는 사건 발생 6개월 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했고 C씨와 다른 자녀 몫으로 나오는 장애연금 등이 생계비의 전부였음에도 매달 총 7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수익자는 B씨였지만 A씨가 사실상 이 금액을 내고 있었으며 다른 장애를 가진 자녀들 앞으로도 보험이 가입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사건 당일 차량에 태운 인물은 무전여행자였고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적재함 안에 시신을 유기할 수 없었다는 등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목격자가 없는 살인 사건이었기에 범행 시기와 수법을 특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여러 증거를 통해 A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CCTV 영상과 같은 직접 증거에 가까운 증거들과 피고인의 사건 당일 행적, 범행 동기, 범행 전후 태도를 종합하면 재판 과정에서 증명된 간접 사실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건 현장에 데려가 살해하고 유기했다는 공소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C씨를 피보험자로 한 4억원대의 사망보험금을 언급하며 “피고인은 이를 기화로 치밀한 계획 하에 피해자에게 약물을 먹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입장에서 10일 넘는 검찰 수사기간 동안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지도 않고 일체의 조사를 거부한 것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자의 통상적 태도로 보기 어렵다”며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거주지에서 약 160㎞ 떨어진 외딴 시골 길에 살해된 채 유기된 사실과 그 시기 피고인이 사건 현장에 방문한 사실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단정하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