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자가진단 내년 풀린다는데…진단기업, 제2 코로나 수혜 어려운 이유

송영두 기자I 2024.10.04 09:50:36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그동안 전문가용으로만 허용됐던 독감 자가진단키트의 일반인 사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체외진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중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인 사용을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인용이 출시되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처럼 체외진단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체외진단업계는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처럼 큰 수혜가 있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27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체외진단업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인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외진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약처가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인 사용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다”며 “내년 중 독감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일반인 사용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독감 자가진단키트.(사진=네이버 쇼핑몰 갈무리)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허가된 코로나-독감 동시 자가진단키트는 총 21개다. 온라인 등에서 일제히 판매를 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사용할 경우 불법이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체외진단기업들이 독감 자가진단키트를 일반인용으로 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법적으로 일반인 자가진단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독감 동시 자가진단키트 일반인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처방전 없이 일반인이 약국 등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으로 승인했다.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인용을 허가하게 되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코로나 엔데믹 이후 캐시카우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체외진단기업에도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진단기업 보릿고개’ 팔 제품이 없다...매출·시총 동반 급락

코로나 팬데믹 당시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판매로 실적 신기록을 이어갔던 진단기업들은 엔데믹 후 성장 동력을 잃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2022년 2조9320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6557억원으로 무려 77.6% 감소했다. 씨젠(096530)도 같은기간 매출이 8536억원에서 3674억원으로 50% 이상 줄었고, 휴마시스(205470)는 4713억원에서 138억원으로 1년만에 97% 급감했다. 랩지노믹스(084650)와 수젠텍(253840)도 매출이 각각 49.5%(1448억원→731억원), 92.99%(1014억원→71억원) 내려앉았다.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2022년 9월 27일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 시가총액은 2조7987억원이었지만, 이날 시가총액은 1조1738억원에 머물렀다. 휴마시스도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3987억원에서 2106억원으로 떨어졌고, 랩지노믹스 역시 4298억원에서 212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수젠텍은 시가총액인 1434억원에서 1005억원으로, 씨젠은 1조3579억원에서 1조3448억원으로 다른 진단기업 대비 감소폭이 작았다.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이 급감하자 진단제품 판매량이 대거 줄었고, 또 다른 캐시카우 제품을 키워내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체외진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실적이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후 빠르게 실적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 같은 대형 진단기업은 물론 중소 진단기업들도 팔 제품이 마땅치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때문에 체외 진단 기업들도 식약처에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용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민원을 여러차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용 독감 자가진단키트 허용, “새로운 모멘텀 어렵다”

일각에서는 일반인용 독감 자가진단키트를 허용하면 진단기업들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주가와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독감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독감 환자는 2021년 9574명에서 2022년 87만3590명으로 약 9000%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마스크 사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지난해에는 독감 환자가 2022년 대비 3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체외진단기업 관계자는 “해외는 일반인 자가진단이 가능한 제품이 많지만, 한국은 일반인이 자가진단할 수 있는 것이 코로나와 혈당밖에 없다. 집에서 일반인이 독감 검사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당화혈색소 같은 경우도 병원에 가서 검사하게 돼 있는데, 집에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독감 등 자가진단이 필요한 것은 일반인도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독감 진단이 코로나 진단보다 훨씬 더 수요가 많을 것이란 것을 전제로 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의열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장(바디텍메드(206640) 대표)은 “주가와 실적은 별개의 문제다. 독감 자가진단키트의 일반인 사용 허용이 진단업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생산비용이 비싼 데 반해 판매 금액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코로나 진단키트의 경우에도 한창 잘나갈 때는 개당 1500원 정도에 팔렸다. 지금은 5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바디텍메드의 경우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비용이 개당 750원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인 상황이다. 독감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할 것이다. 독감 자가진단키트는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개발과 생산이 어렵지 않다. 큰 진단기업부터 작은 진단기업까지 독감 자가진단키트를 만들어 달려들 것이고, 치킨게임에 코로나 진단키트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독감 자가진단키트 일반인 사용 허용을 두고 식약처와 체외진단업계의 주장이 상반된다. 식약처 측은 “독감자가진단키트 일반인 사용 허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체외진단 업계는 “식약처가 설명회에서 내년 일반인 사용을 허가해 주는것을 언급했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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