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흔드는 ‘높은 공모가’…"기관 책임 강화 제도 개선 필요"

박순엽 기자I 2024.07.29 05:00:00

올해 상장사 모두 ‘희망 범위 상단 이상’ 공모가 책정
정부 ‘주관사 공모가 산정 기준’ 마련…“현실성 없어”
수요예측 절차 변화 필요 목소리…日 개선 사례 참고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새내기주의 수익률과 상관없이 수요 예측 공모가 과열현상이 지속하자 수요 예측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가 거품으로 새내기주의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심화하며 IPO 시장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현재의 수요예측 제도가 IPO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IPO 호황기로 불리는 지난 2021년 IPO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된 비중은 94.9%다. 올 들어 공모가가 100% 상단 이상에서 결정된 것이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기술특례 등 신기술 기업에 대해 주관사가 공모가를 적정하게 책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파두 사태 이후로 특히 기술특례 기업들의 공모가를 두고는 논란이 지속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IPO 시장이 흥행하는 상황에서도 기술특례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일정이 연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 기업들의 예비심사 청구일부터 상장일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215일로, 최근 3개년(2020~2023년) 169일 대비 한 달 이상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적정한 공모가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주관사 자체적으로 공모가 산정과 관련한 내부기준을 마련하도록 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모가 산정 시 해당 기업이 창출하는 재무적·비재무적 가치를 총체적으로 판단하는데, 기업마다 다른 고유의 가치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아서다. 미래 성장잠재력이나 무형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획일화한 기준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공모가 결정 기준에 따른 공모가가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인식하게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기업 가치는 금리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발상은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앞서 시행한 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공모 예정가격의 폭을 넓히면서 사전에 기관 투자자의 수요 정보를 알아보고 공모 예정가격을 산정하도록 해 시장 정보를 반영한 공모가가 책정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주관사가 IPO 기업에 공모가 결정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공모가 설정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기관 투자자·IPO 기업과의 대화를 강화해 공모가 책정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모가 결정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 자료로 활용해 우리나라 IPO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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