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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A씨.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 변경에 따라 원심을 파기했으나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전재산을 잃었다는 극심한 절망감에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나갈 기회를 박탈한 채 생을 마감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리 살해 도구를 준비해 두 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면서 “딸 중 1명은 피고의 계획을 알고 ‘죽기 싫다’는 취지의 분명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죄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며 “또 다른 딸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피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 가족들의 선처 탄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첫째 딸의 경우 ‘세상에 미련이 남지 않았다’며 스스로 차량을 운행해 범행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가 아닌 승낙살인죄로 변경한다”면서 “가족들의 선처 탄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세 모녀의 극단 선택을 초래한 투자 사기범 B씨는 어떻게 됐을까.
B씨는 2014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A씨를 포함한 이웃·지인 관계인 10명에게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15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경매·어음·무기명 채권, 국책사업 투자 등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 돈을 빌려주면 월 3~8%의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은 언제든지 돌려주겠다”고 거짓말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직업·수입·재산이 없었고, 가로챈 돈을 이른바 돌려 막기하며 생활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는 이웃·지인들에게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줬다. B씨의 죄책이 무거운 점, A씨가 B씨의 범행으로 큰 충격을 받고 딸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점, 상당수 피해자가 재산을 잃고 가족 관계가 파탄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B씨가 피해자 2명과 추가 합의했으나 나쁜 죄질을 고려하면 감경 사유로 볼 수 없다”는게 양형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