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팜이데일리 취재 결과 HD201에 대한 EMA의 허가 결론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측은 “EMA 측과 심사 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유럽 연합(EU) 진출부터 완료한 다음, 미국과 중동 지역 등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허셉틴 피하주사(허셉틴SC)의 등장과 다수의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선점 등으로 HD201의 성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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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EMA는 의약품의 허가 심사 기간을 277일(약 9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EMA가 개시한 HD201에 대한 재심사 기간도 이미 150일 가량 지났다. 두 번째 심사이기 때문에 EMA가 질질 끌지 않고 결론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레스티지바이오는 2022년 5월 EMA로부터 HD201의 첫 허가 심가 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때 EMA는 “상업용 HD201과 오리지널 약물 사이에 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36가지 평가 기준 중 6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해당 허가 신청건을 자진철회했다. EMA의 의견을 고려한 데이터를 보충해 지난해 7월 말 재신청했다. 약 3주 뒤 EMA는 허가 심사에 재착수했다. 당시 회사 측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 HD201의 허가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HD201의 허가 결론은 3분기 이후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120일 경과 시점에 EMA로부터 일부 내용에 대한 질문지를 수령했다”며 “답변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렇게 질문이 오가는 기간은 심사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MA로부터 한번 질문이 오면 적절한 답변을 하는데 1~2달 소요된다. 소통 속도에 따라 허가 심사 완료 시점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당초 예상 시점인 올 상반기보다 최소 2~3개월 늦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조시설이나 원료 문제 들을 지적받았을 때, 비교적 빠르게 재허가 심사가 진행된다”며 “HD201에 대해 비교적 많은 평가 기준에 대한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EMA 자문위가 더 면밀하게 내용을 살필 것 같다. 심사 시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모든 허가 관련 인력이 EMA 측 절차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셉틴 시밀러 시장 3조원...셀트 ‘허쥬마’가 EU 선점
시장조사업체 아큐멘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1년 17억9500만 달러에서 매년 23.2%씩 성장해 2030년 112억87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허셉틴 시밀러 시장은 22억 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 규모로 파악한다. 미국은 해당 시장의 약 40%, EU는 약 25%의 비중을 각각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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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분기 기준 미국에서는 칸진티가 약 31%로 점유율이 가장 높다. 이어 트라지메라 (약 23%), 온트루잔트(4.8%), 허쥬마(1.7%) 등이 뒤따른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허쥬마가 해당 기간 19%로 바이오시밀러 중 1위에 올라 있다.
오리지널이 허셉틴은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전체 트라스투주맙 성분 관련 미국과 EU 시장에서 각각 2위와 1위 자리에 위치한 상황이다. 주요 시장에서 HD201의 경쟁약물이 겹겹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로슈가 2019년 허셉틴 피하주사(SC)를 미국, EU, 한국 등지에서 승인받으면서 기존 허셉틴 IV제형 대비 편의성을 확보해, 성공적으로 약물 세대 교체에도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셉틴 시밀러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허셉틴SC가 유럽 시장 점유율 과반을 넘어섰다”며 “허셉틴SC이 시밀러과 큰 차이도 없다. 사람들이 오리지널인데다 피하주사인 허셉틴SC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국내에서 보험 적용시 허셉틴SC과 허쥬마의 1회 투약비용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약 10만원 저렴한 상황이다.
◇“생산 관계사와 단가 최대한↓...승산 있다”
일각에서 EU 이후 미국까지 진출하려는 프레스티지바이오의 계획이 성공하더라도 HD201의 매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판매해 보지 않은 지금 속단할 순 없다”면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와 함께 마진율과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 셀트리온(068270)으로부터 90억원 규모의 임상물질 위탁생산(CMO)을 수주함에 따라 생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회사는 1~4공장까지 총 15만4000ℓ규모의 생산 캐파(용량)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협렵해 HD201의 가격을 다른 바이오시밀러 대비 30~40%가량 더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우린 공동체와 같다. HD201도 공동개발해 권리도 나눠 갖고 있다”며 “판매 수익을 나눌 것까지 고려해 마진율을 설정하고 대량생산으로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했던 목표 매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HD201이 2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 전망한 바 있다. 해당 목표치는 현재 허쥬마의 글로벌 매출 합계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따르면 한국과 캐나다에선 2021년 HD201의 허가 신청을 완료했고, 지난해 말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관련 회의를 진행하며 소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중동 지역은 EMA에서 통과된다면 과거 계약한 파트너사를 통해 HD201의 허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체결했던 파트너사들이 아직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EMA 재심사를 기다려주고 있다”며 “EMA 심사에서 긍정 결론이 나오면 각국 의약당국의 허가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