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마스처럼 당장 기습적으로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곧바로 한국과 미국의 표적이 되고, 생존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그러나 300개 이상 핵을 보유한다면 핵전쟁 위험 탓에 한미의 보복이 제한될 것으로 느낄 겁니다.”
한반도 안보 석학인 브루스 베넷(71)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5~10년 안에 3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 배우고 있는 것’(What North Korea Is Learning from the Hamas-Israel War) 보고서를 통해 일찌감치 북한과 하마스의 연대를 거론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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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그림자’ 통한 한미동맹 균열 목표
-중동 전쟁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과 북한 모두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통해 전술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보면 북한과 하마스는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이 한국인 수백명을 죽였다고 생각해보라. 최우선 표적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2010년 이후 낮은 단계의 미사일 도발 혹은 천안함 침몰 같은 제한적인 공격이 한미의 강경 대응을 피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김정은이 상당한 핵 전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이유다.
-북한의 핵 능력은 얼마나 되나.
△다양한 추정이 있다. 그런데 보수적인 추정치조차 북한이 50~100개 핵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핵 물질을 갖고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이미 300~50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얼마나 빨리 그 수준에 도달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 5~10년 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정도 핵무기는 무엇을 뜻하나.
△김정은은 그 정도면 핵전쟁 우려로 한국과 미국의 보복이 제한적으로 될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이른바 ‘핵 그림자’(Nuclear Shadow)다. 김정은은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제한적인 수준의 공격만 할 것이다.
-김정은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미 동맹을 약화·분리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한미 동맹 없이 한국이 핵을 가진 북한의 (군사적으로) 지배를 받는 것을 원한다. 북한은 핵 그림자 하에서는, 예컨대 한미가 ‘을지훈련’(UFS)을 한다면 한국의 일부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그 지역의 군사 개입을 꺼리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하마스와 분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하마스 땅굴이 북한 기술이라고 알려져 화제다.
△땅굴 공사는 지질에 의해 좌우된다. 한반도는 화강암 지질을 갖고 있다. 땅굴을 파려면 암석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가자지구는 바위 위에 모래와 점토가 뒤섞여 있다. 그래서 땅굴을 만들려면 모래와 점토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 필요하다. 두 나라의 땅굴 기술은 상당히 다르다.
-북한이 기술을 이전했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땅굴 기술을 이전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오랜 기간 하마스에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북한은 외화를 벌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외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분쟁 발생시 각종 무기 체계를 실험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자 해외에 상당한 군사 장비를 제공했다. 관련 병력도 따로 뽑아 왔다. 2009년 북한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넘겨 줄 35톤 규모 무기를 실은 항공기를 태국이 요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은 선박을 통해서도 하마스에 상당한 군사 물자를 넘겼을 것이다.
-북한은 땅굴을 얼마나 갖고 있나.
△북한은 군사 장비를 보관하는 지하시설을 1만여개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지하 항공기 활주로를 두어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땅굴을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무장지대(DMZ)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하마스 방식으로 공격하려고 한다면 땅굴을 통해 한국의 전방 방어를 피하면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북한은 DMZ 아래에 20여개 땅굴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나토처럼 美 핵우산 명확성 추구해야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정은은 핵 그림자 하에서 핵을 탑재한 ICBM을 동해상으로 날려 실험할 수 있다. 이는 핵우산을 포함한 미국 확장억제력에 대한 한국의 확신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 정권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많은 한국인들은 핵우산 효과가 없다고 볼 것이다. 북한의 핵 그림자 강화를 막아야 한다.
-핵우산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1960년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 (나토식 핵 공유는 유럽에 미국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기획그룹(NPG)을 통해 핵 정책을 논의하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4월 한미가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구체적인 이행 조치가 부족하다. 더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에 미국 전술핵을 배치할 수 있나.
△미국 전술핵 보유량은 200여개에 불과하다. 그 중 100여개는 유럽에 있고, 나머지는 미국 전략비축기지에 있다. 이를 한국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노후화 때문에 해체 예정인 또 다른 미국 전술핵의 현대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한다면 위기시 신속하게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한국 전용으로 하는 협정을 맺으면 된다.
-1991년까지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돼 있었다.
△그렇다. 1976년까지 경기 오산에, 1991년까지 전북 군산에 각각 보관돼 있었다. 그런데 30년 넘도록 사용하지 않아 시설 현대화가 필요하다. 전술핵을 배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한국에 전술핵을 보관할 적절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방안이 있는가.
△외부 정보를 통해 김정은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야 한다. K팝, K드라마 등을 북한에 보내려는 노력을 통해 김정은을 위협할 수 있다. (김정은은 K팝을 두고 ‘악성 암’이라고 했다.) 김정은 시대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연속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미국이 북핵을 두고 ‘중국 역할론’을 거론할 수 있다.
△(북한을 여전히 여러 면에서 지지하는 만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렛대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북핵 위협 혹은 러시아로의 군수 물자 이전을 억제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북핵을 억제하는) 그런 경제적 지렛대를 행사할 경우 한반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 안정은 중국의 높은 우선순위다. 북핵 위협이 중국 자신에게 큰 위협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전에는 중국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핵이 중국에도 위협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브루스 베넷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경제학 학사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박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