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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50대 남성이 서울 마포구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열쇠고리에 붙은 쇠붙이로 승객 2명을 공격해 체포됐다. 이 일로 피해자 한 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합정역에서 만난 김유경(27)씨는 이 소식을 듣고 “나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지하철을 타는 김씨는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앞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할 때 역 근처에 있었다. 그녀는 이날 이후 출근길에 주위를 계속 돌아보고 화장실을 갈 때도 모든 칸의 문을 열어본다. 김씨는 “범죄가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니까 사람들과 부딪치는 걸 싫어한다, 사람을 못 믿게 됐다”고 최근 변화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하철은 일이 터지면 피해가 클 수 있는데 도망가지도 못한다”며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호신용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범죄 공포는 시민의 일상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합정역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국인 유학생 한나(23)씨는 “무서워서 외출을 피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그녀는 “이대역 살인 예고글이 올라온 뒤부터 지하철을 타기 두려워서 이동시간이 20분 더 걸려도 버스로 등교한다”며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공부 때문에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묻지마 범죄가 반복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4일부터 경찰 합동 순찰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범죄가 예고된 역사에는 경찰과 보안관이 상주하고, 역 직원들에게는 방검복과 전자충격기 등 안전보호장비가 지급됐다. 지난 19일 오후부터는 지하철보안관 55명이 열차에 탑승해 2인 1조로 순회하면서 위험행동자를 발견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조치에도 높아진 범죄공포는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6일 낮 12시쯤 서초구 교대역에서 신사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어떤 사람이 맨발로 뛰어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열차와 승강장에 있던 승객들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지난 6일에도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 방탄소년단(BTS) 영상을 보던 팬들의 고성에 승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일로 7명이 다치고 6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지역사회의 협력치안으로 시민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신림역사건 이후 지하철역을 범행 장소로 삼는 모방범죄가 늘고 있다”며 “반복된 범죄로 사회가 무질서해지고 상호신뢰가 깨지면 의사소통이 안 돼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역사별로 경비인력을 배치하고, 자율방범대와 녹색어머니 등 지역사회와 경찰이 협력해 범죄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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