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다방에서 배달 일을 하던 16세 소년 최씨는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에 적극 협조도 했다. 돌아온 건 폭행과 고문, 범인이라는 낙인이었다. 일명 ‘약촌오거리 사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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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최씨는 “시비 끝에 A씨를 살해했다”고 허위 자백을 했다. 그 후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씨는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진실이 바로잡힐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경찰은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3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김모(40·당시 22세)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기소를 못 했다.
결국 최씨는 2010년 만기 출소할 때까지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출소 후 그를 기다리는 건 택시 기사 사망보험금과 이자 1억 4000만 원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이었다.
이에 최씨는 2013년 재심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을 청구했다.
3년 8개월의 지리한 법적 공방이 오갔다. 광주고법은 2016년 11월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 무죄 판결이 나온 지 4시간 만에 검·경은 김씨를 체포해 구속 기소했다. 2018년 3월 대법원은 김씨의 죄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범행 18년 만이었다.
2019년 1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 관련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권고했다. 같은 해 6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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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2021년 서울중앙지법은 최씨가 국가와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최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원,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전체 배상금 가운데 20%를 최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모씨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2000년 8월 10일부터 2021년까지, 최씨가 이 사건에 갇힌 시간만 총 20여년에 달한다.
한편 최씨의 사연은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됐다. ‘재심’은 2017년 개봉해 242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