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0년 설립된 GTCR은 차입매수 방식으로 M&A를 진행하는 미국 시카고 기반의 사모펀드운용사로, 그간 금융 서비스와 의료기술, 정보통신기술 등 고성장 산업에 속속 투자해왔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mRNA 백신 개발사 ‘마라바이라이프사이언스’와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제공사 ‘고고’, 애드테크 기업 ‘심플리파이’ 등이 있다.
GTCR은 월드페이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드페이는 미국 상위권의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로, 연간 거래액은 2조 달러에 달한다. 전자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덩달아 몸집을 키웠고, 최근에는 가상자산 결제 부문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이번 인수에서 눈여겨 볼 점은 레버리지론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급증하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GTCR이 월가 투자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이번 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던 큰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GTCR의 이번 차입매수에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도이치방크, UBS 등이 자금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차입매수란 인수 기업의 자산 혹은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이다. 소액 자본으로도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과다한 부채를 조달하는 만큼,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및 도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들이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부채 규모가 작거나 신용위험이 크지 않은 기업에 한해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GTCR의 월드페이 인수에서도 투자은행들의 보수적인 기조가 엿보인다. 한 외신은 “거래 규모는 컸지만, 자본 구조는 보수적”이라며 “월드페이 딜의 레버리지 비율은 4배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LBO 평균 레버리지 비율(5.9배)을 밑돈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투자은행들이 자본 대비 차입 비율이 낮은 곳에 자금을 대며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