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법사위 소위원회 청문회장. 리처드 블루먼솔 소위원장의 개회사가 회의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힌 것은 그의 굳게 다문 입. 개회사를 한 건 인공지능(AI)였다. 블루먼솔 위원장은 “개회사는 챗GPT가 작성했고, 나의 과거 연설을 학습한 AI 음성 복제 소프트웨어가 대신 읽었다”고 했다. 카메라에 잡힌 그의 입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블루먼솔 위원장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AI가 특정인으로 위장한 것에 모두가 속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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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 신뢰도 평가 기관인 뉴스가드는 4월 한달여간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웹사이트 49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에선 정치·경제·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루에 수백개씩의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데, 검색을 통해 유입한 사용자들로부터 광고 수익을 내기 위한 사이트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경기침체에 대비해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인공지능(AI) 기술발전 등으로 사라진 일자리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부정적 뉴스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AI가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는데 그 규제는 미흡하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AI가 만든 가짜 콘텐츠의 범람과 AI가 저지르는 범죄 등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과 규제 마련의 속도차이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공백. 그 공백의 시기에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규제의 방향성과 범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AI의 규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1일 막을 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AI 규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G7 정상들은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주의 가치관에 따른 국제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AI와 관련한 국제 규범과 정보의 장을 만들기로 했다.
방향성이 정해졌으니 각국 상황에 맞게 규제 마련을 촉구하면 된다. AI에 대해 무턱대고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AI는 잘만 활용하면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업무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만 AI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AI보다 지혜로운 인간은 AI의 위험성을 그대로 두고 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