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내면서 분위기가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이전보다 더 커진 자금 스케일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글로벌 자금 모집에 집중해왔던 한앤컴퍼니까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참여를 선언하면서 역대급 경쟁이 펼쳐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올해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계획을 내고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PEF 분야는 3곳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총 8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운용사별로 1500억~3500억원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제안이 가능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체 출자 스케일이 커진 점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PEF 부문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 SG프라이빗에쿼티 등 세 곳에 총 5000억원을 출자했다. 1년 새 전체 출자 규모가 60%(3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성사만 된다면 최대 3500억원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PEF 운용사 입장에서 흔치 않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국민연금 PEF 운용사 콘테스트에는 국내 초대형 운용사들이 집결할 전망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한앤컴퍼니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VIG파트너스, 맥쿼리자산운용이 직간접적으로 참여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지난해 11곳의 운용사들이 제안서를 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경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의 참여를 주목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와 함께 해외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집행해온 대표적인 운용사로 꼽힌다. 실제로 직전 3호 펀드까지 해외 기관 자금으로만 펀드를 꾸려왔다. 그러던 한앤컴퍼니가 약 4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4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 유치를 위해 국내 콘테스트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굵직한 M&A 딜을 주도해온 한앤컴퍼니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PEF 운용사들의 각축장이던 국내 기관 콘테스트에 전에 없던 경쟁자가 출현한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인지도 등을 따졌을 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운용사’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국민연금 외에도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국내 기관 콘테스트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국내 메이저급 콘테스트를 잇따라 석권할 경우 최소 5000억~8000억원 가까운 자금 유치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차기 펀드는 순수 국내 투자에만 집중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점을 적극 어필하면서 펀드레이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IMM PE도 국민연금 콘테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IMM PE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손꼽히는 운용사다. 이미 지난해 교직원공제회와 농협중앙회, 사학연금, 산재보험기금 등에서 8000억원 웃도는 자금을 모집하며 로즈골드 5호 펀드 1차 클로징을 마쳤다. 올해 국민연금 콘테스트 운용사 선정을 발판 삼아 최대 2조6000억원 자금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조5000억원 규모 5호 블라인드펀드 모집에 나선 VIG파트너스와 맥쿼리자산운용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초 이스타 항공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등 활발한 투자를 전개한 VIG파트너스와 SK쉴더스 지분 매각에 로카모빌리티 인수까지 분주한 나날을 보낸 맥쿼리자산운용도 국민연금 PEF 운용사 타이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세 자리뿐인 국민연금 PEF 타이틀을 과연 어떤 운용사가 차지하느냐에 쏠린다. 후보군 모두 업력이나 AUM(자산운용규모) 측면에서 대형사 반열에 오른 곳이지만, 일부 운용사는 고배를 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운용사마다 ‘설마 우리가 떨어지겠느냐’면서도 이면에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더욱이 국민연금 PEF 운용사 선정은 올해 이어질 국내 연기금·공제회 콘테스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더욱 놓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기관 투자가는 “제안하는 금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투자 전략으로 높은 점수를 얻을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섹터나 포트폴리오 차별화 등 핵심 전략에 가중치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